Alternating exhibition of Korea and France
organized by Gallery Chosun X Le Wonder
명료한 서술을 지우니 또다른 지도가 드러났다. (Part 1)
2024. 2. 28 - 4. 6, gallerychosun
갤러리 조선은 아래와 같이 프랑스의 작가 컬렉티브 기관인 LE WONDER와의 교류 전시를 진행합니다. 본 전시는 두 기관 간 교류를 위해 2년 동안 서울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되며 이번 전시는 그 시작점이 되는 첫 번째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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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he Sharpen Narrative Fades, an Unveilling Map Emerges_PART I
2024. 2. 28 - 4. 6 (화-일 10:30-6:30)전시 <명료한 서술을 지우니 또다른 지도가 드러났다>는 ‘갤러리조선’과 ‘Le Wonder’가 주최, 주관하는 프랑스와 한국 간 교류 전시이다. 한국의 1세대 갤러리 ‘조선화랑’이 1983년 개관 10주년 국제 교류전으로서 프랑스와의 전시를 개최했던것처럼, 세대를 이어 새롭게 문을 열었던 '갤러리조선'이 2024년 개최하는 이 전시는 다음 세대 화랑의 보다 확장적 활동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본 행사는 이미 정의되었거나 규정되어 있는 영역을 재고하고, 작가별, 기관별, 활동 단위별 등 전시를 매개로 각자의 역할과 의미를 탐색하며 예술의 유연한 속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한국과 프랑스의 본 전시를 주관하는 각 기관의 위치에 입각한 지형적 개념의 ‘지도’뿐 아니라, 전시 구성 요소들의 개별성을 들여다보는 미시적 관점으로 이들이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설정하는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올해 2024년도에는 한국에서 한국과 프랑스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2회 진행하고(Part1*, Part2**), 2025년에는 프랑스 Le Wonder에서 참여 작가 전체와 함께 전시를 구성(Part3***)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세 개로 나뉜 전시들은 하나로 설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점차 그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일상과 예술 / 현존과 가상성 / 예술로 만들어내는 또 다른 지형도 등의 단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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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에서는 한국 작가 4명 (안상훈, 민성홍, 박보나, 우민정)과 프랑스 작가 5명 (아라크스 사하키안Araks Sahakyan, 콜렉티브 그레팡Collectif Grapain, 웬디 자히보Wndie Zahibo, 레올 파블로Réol Pablo, 얀 토마체프스키Yan Tomaszewski)이 참여한다.
**Part2에서는 한국 작가 4명 (정정주, 한요한, 최수련, Axl Le(상하이_갤러리 조선 전속작가))와 프랑스 작가 5명 (안토닌 하코 & 살림 산타 루시아Antonin Hako & Salim Santa Lucia, 마르타-마리아 르 바Martha-Maria Le Bars, 피에르 게너드Pierre Gaignard, 엘리야스 가마Elias Gama, 프랑소와 뒤페François Dufeil)이 참여한다.
***Part3은 앞서 참여한 총 18명의 작가들이 프랑스에서 전시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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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문을 연 갤러리조선에서는 약 20여년 동안 실험성 있는 국내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며 미술 시장에 진입해왔다. 서울 소격동에 자리한 갤러리조선은 대형 갤러리들 사이에서 실험적인 전시를 고집해왔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인지도를 쌓아왔다. 즉 작가의 성향, 갤러리스트의 취향, 현 시대 미술에서의 유의미한 개념들, 그리고 고객의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선별한 작가들의 작업을 제시해오고 있다. 2019년도부터는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확장하여 물리적 규모에서도 본격적인 갤러리의 모습을 갖추어 나아가고 있다. 더불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여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화랑으로서는 대규모 국제 교류전을 야심차게 도모하여, 그 활동 범위를 국제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객원 기획자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심화된 전시의 맥락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 첫 프로그램을 함께 하기 위해 선정한 해외 비영리단체인 Le Wonder와의 교류전은 한국 현대미술과 프랑스 현지 현대미술의 현장을 보다 긴밀하게 융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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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artist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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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Wonder’는 프랑스의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아티스트-런 스페이스(artist-run-space)로서 2011년 설립되었다. Le Wonder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예술가 단체인 동시에 artist-run space를 자생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정통을 이어가는 작가 단체이다. 이는 대안공간과는 다른, 개별 작가 단위가 군집한 점조직이며, 현재는 그 규모가 확장되어감으로써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진 기관의 역할을 한다. 원활한 조직 유지를 위하여 공정한 투표로 운영 결정을 해나가는 동시에 전문 행정가를 대표로 두고 행정과 창작활동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art center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60여 명이 활동하는 이 작가 컬렉티브는 파리 교외에 위치한 대규모의 폐쇄된 공장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이 장소를 예술적 및 정치적 사고의 실험과 실천의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Le Wonder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실험적인 공간이다. 파리 외곽의 규모있고 저렴한 작업 공간과 학제간 다양한 협업을 이끄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위한 공유 장비 시설을 제공하며, 전시, 세미나, 강연, 레지던시, 공연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공간 및 프로그램 또한 갖추어 현대미술 씬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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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he Sharpen Narrative Fades, an Unveilling Map Emerges_PART I
text by Kim Inseon1. 기획자들
여준수는 현재 갤러리조선의 부디렉터이다. 그는 학창 시절에 갤러리 운영이나 전시기획 분야에 대해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대부터 갤러리를 해온 가업을 이어가야 할 환경에 놓인 상태이다. 그러던 중 전시 기획자이자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운영자인 나와의 친분이 생긴 이후 종종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가끔 전시 기획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곤 했더랬다. 2023년 겨울, 그는 2024년부터 2025년에 열릴 세 번의 전시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니 내게 참여해주기를 요청했다. 프랑스와의 교류전이며 참여할 작가는 이미 정했다고 했다.
여준수는 한창 미술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른 시기에 프랑스 여행에서 느낀 미술씬이 인상적이었던듯 하다. 여러 종류의 전시 공간을 리서치 하던 중 발견한 Le Wonder라는 일종의 조합형식의 비영리 단체가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갤러리조선과 함께 활동해 온 작가들과 프랑스의 이 단체 작가들과의 교류 전시를 결심했다. 그에게 익숙했던 상업 미술씬에서의 전시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는 가까이 지내는 작가 중 프랑스에 익숙한 이를 통해 Le Wonder측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몇 번의 미팅을 거쳐 전시가 성사되었다. 곧이어 한국과 프랑스 간 작가 포트폴리오가 오갔다. 갤러리조선의 공간 크기가 Le Wonder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탓에 2024년에는 9명씩 나누어 두 번의 전시가 열리게 되었고 2025년에는 참여 작가 전체가 Le Wonder의 광활한 전시 공간에서 그룹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단계에서 그는 어떤 내용의 전시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나에게 전시기획을 제안했던 것이다.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이미 전시는 성사되었고 전시의 주요 조건인 작가와 공간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나 정작 전시로서 읽힐 수 있는 내용은 형성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공간과 작가가 왜, 어떻게, 무엇을 통하여 하나의 전시로 제작이 될 수 있을지의 단계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나로서는 이 전시에서의 역할이 분명했고 또한 조금은 색다른 시도였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 ‘다르다’라는 키워드는 여러모로 유용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안에 응답했고 이미 현실 가능한 상태로 끌고 온 여준수 역시 이 전시의 공동기획자로서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여준수라는 인물로 돌아가 보면, 그는 전시와 무관했던 교육 배경에서 현재 해야 할 일에 대해 맞닥뜨리는 고민을 나름대로 해결해가고 있었는데, 그 모양새는 거칠기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듯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교육을 받았고,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미술 분야를 전공한 후 내내 전시기획 경력을 쌓아왔던 나와는 ‘다른’ 배경이다. 그가 들고 온 전시를 위한 맥락은 모호한 상태였는데, 오히려 이 과정은 내게 또 다른 각도로 들여다보고 숙고하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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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도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종의 환경을 설정하여 구역을 나누고 있다. 크게는 국가, 지방, 도시, 동네 등으로 구획을 지어 지도라는 공식적인 매체로 표기한다. 그것은 정치, 경제, 환경, 문화 등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한 자연발생적이면서도 때로는 인위적인 구획 나누기이다. 그리고 이는 전쟁에 의해, 협의에 의해, 자연 환경의 영향에 의해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하여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형은 특히 다이나믹하게 변해왔다. 해방 후에는 1950년 6.25 전쟁으로 남북으로 나뉘어졌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김포시를 서울시에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1997년에 특별행정구로서 중국으로 흡수되었다. 2024년 현재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으로 서울과 파리간 12시간의 비행거리가 특정 지역을 우회하게 되면서 14시간으로 늘어났다. 서울과 파리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는 약 8,976km로 알려져 있었다. 만일 다른 운송 수단, 즉 자동차, 배, 기차 등을 타고 간다면 훨씬 긴 거리를 경유하며 그 이동 시간도 훨씬 길어질 것이다. 비행 거리는 것은 두 영역간 수 많은 거리에 대한 감각 중 하나일 뿐 우리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교환을 위한 거리와 시간은 제로에 가깝게 수렴된 시대에 있음을 알고 있다. 비행거리와 육로 및 해상거리, 정보의 교환 거리 중 하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서의 영역간 거리로 규정될 수 있을까. 하나의 선으로 나뉘어진 지도를 통해 땅을, 그리고 존재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준수가 지속해서 강조하는 단어였던 ‘두 나라 간 교류’라는 단어가 지금 같은 조건에서 과연 효과적인 표현으로서 유용한지를 검토해야 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것처럼 ‘교류’라는 의미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존재가 명확하게 양립해야 가능한 것임을 상기했다. 다른 지역간의 교류 이전에 김인선이라는 기획자의 전시를 만드는 과정과 여준수라는 인물이 추진하는 전시의 형태가 다른 상태임에 직면해야 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지역 간 유기적으로 이어질법한 조건은 두 기관과 두 기획자, 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이 서로 다른 영역에 있음을 먼저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떠올린 단어는 ‘지도’이다. 기존의 전시제작 과정을 벗어난 순서는 또다른 형태를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명료한 서술을 지우니 또다른 지도가 드러났다>라는 제목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러한 연유로 이 전시는 특정 영역 간의 문화 예술의 콘텐츠를 상호 교환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두 기관에서 제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상호 이해와 전시 내용 안에서의 작동 방식을 가늠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봤고, 각 작가의 작품 중 각 파트별로 묶여질 작품을 선별했다. 이 전시에 포함된 작가들은 각자의 고유성을 만들어가기 위한 여러 종류의 작업형식과 발전시켜온 개념들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형성해 왔다. 전시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요소-기획,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촬영, 홍보, 유통 등의 영역은 각 전시 마다 특정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상호 짜임새를 읽어 가면서 세 번의 전시가 만들어질 동안 유연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 전시 시리즈를 통하여 또 다른 모양새로 생산될 전시, 텍스트, 영상 등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개별 요소들이 드러날 수 있는 유동적인 지도를 제시할 것이다. -
3. 갤러리조선과 Le Wonder
다시 전시의 과정으로 돌아와 보자. 극동 아시아와 유럽 양쪽에 위치한 두 도시에서는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면서, 작품이 전달되는 이동거리를 추측하고, 참여 작가들의 각 작품들의 정보를 교환하며 전시를 준비해왔다. 이를 주관하는 두 기관, 갤러리 조선과 Le Wonder는 각자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서 여러 해 동안 고유의 특징을 갖추어나가는 모종의 지형도를 그려왔다.
2004년 문을 연 갤러리조선에서는 약 20여년 동안 실험성 있는 국내 현대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며 미술 시장에 진입해왔다. 서울 소격동에 자리한 갤러리조선은 대형 화랑들 사이에서 실험적인 전시를 고집해왔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인지도를 쌓아왔다. 즉 작가의 성향, 갤러리스트의 취향, 현 시대 미술에서의 유의미한 개념들, 그리고 고객의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선별한 작가들의 작업을 제시해오고 있다. 2019년도부터는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확장하여 물리적 규모에서도 본격적인 갤러리의 모습을 갖추어 나아가고 있다. 더불어, 2024년 올해로 20주년을 넘어가며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화랑으로서는 규모 있는 국제 교류전을 야심차게 도모하여, 그 활동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객원 기획자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심화된 전시의 맥락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 첫 프로그램을 함께 하기 위해 선정한 해외 비영리단체인 Le Wonder와의 교류전은 한국 현대미술과 프랑스 현지 현대미술의 현장을 보다 긴밀하게 융합하게 될 것이다.
‘Le Wonder’는 프랑스의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아티스트-런 스페이스(artist-run-space)로서 2011년 설립되었다. Le Wonder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예술가 단체인 동시에 artist-run space를 자생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정통을 이어가는 작가 단체이다. 이는 일반적인 대안공간과 시스템과는 다른, 개별 작가 단위가 군집한 점조직이며, 현재는 그 규모가 확장되어감으로써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진 기관의 역할을 한다. 원활한 조직 유지를 위하여 공정한 투표로 운영 결정을 해나가는 동시에 전문 행정가를 대표로 두고 행정과 창작활동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조합 또는 art center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60여 명이 활동하는 이 작가 컬렉티브는 파리 교외에 위치한 대규모의 폐쇄된 공장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이 장소를 예술적 및 정치적 사고의 실험과 실천의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Le Wonder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실험적인 공간이다. 파리 외곽의 규모있고 저렴한 작업 공간과 학제 간 다양한 협업을 이끄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위한 공유 장비 시설을 제공하며, 전시, 세미나, 강연, 레지던시, 공연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공간 및 프로그램 또한 갖추어 현대미술 씬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
4. 작가들
본 전시 <명료한 서술을 지우니 또 다른 지도가 드러났다>는 이미 정의되거나 규정되어 있는 영역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이를 재구축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며 재설정하거나, 미시적 관점으로 개별 영역을 설정해보는 단계로 진행되는 등의 단계로 구성된 진행형 프로젝트이다. 물리적 지도의 형태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환경 등으로 인한 지형의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실이다. 미술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어제까지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던 작가가 추상화로 변화를 꾀하곤 한다. 현대미술은 장르를 넘나들며 다매체적 작업형식을 드러낸다. 현대성(modern / modernity)이라는 용어는 과거를 답습하거나 변형하거나 비판하면서, 미술사를 통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 과정을 거치면서 그 개념조차 끊임없이 변해왔다. 이처럼 미술에 있어서 명확한 서술로 귀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작가들이 제시하는 각각의 지형도-늘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명료한 서술을 삭제하고자 하는-를 통하여, 그리고 교묘하게 유영하며 그려나가는 또 다른 지도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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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from Le Wonder
아락스 사하키안 Araks Sahakyan은 마커 펜을 포함, 퍼포먼스와 멀티미디어 설치,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형성 작업을 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문화적 레퍼런스들로 가득한 그녀의 작품은 개인적인 삶의 궤적과 가족에 대한 기억, 그리고 하이브리드적 정체성을 반영한다.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옛 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에서 자란 작가는 스페인 남동부로 이주하게 되는데,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창의적 실천으로서) 번역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정체성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소통, 육체와 육체 사이의 친밀한 관계, 좀 더 넓게는, 자연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폭력과의 관계, 침해된 신체, 환경 파괴 또는 전쟁의 문제 등을 통해 탐구한다고 할 수 있다.
레올 파블로 Reol Pablo는 프랑스 및 다양한 지역의 공공 공간에서 수집된 이미지를 음악과 비디오로 결합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연약함, 친밀함, 방황 등 혼란스러운 상황, 박탈당한 물체, 역설적인 근접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세상을 파악하고 포착하고자 한다. 그는 주로 거리의 그림으로부터 발산되는 언어의 무성 폭력과 힘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우리가 처해있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곳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기호를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의 작업은 관람자들에게 의구심으로 가득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한다.
콜렉티브 그레팡 Collectif Grapain은 위기에 처한 세상의 불확실하고 모순적인 상태를 제시한다. 그리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시적이고 허구적인 윤곽을 그려 상상력을 통해 회복 가능한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배가시킨다. 2011년부터 이더넷 케이블을 재료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알려진 이 그룹은 유기체의 잔재처럼 보존된 플라스틱 선을 엮은 덩어리를 마치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처럼 제시하였다. 이들은 산지와 죽은자를 통해 이 세상을 상징하는 현대 좀비 형식의 현대 우화처럼, 컴퓨터 데이터의 형상은 인류가 함께 공존해나가는 미래적인 우화로서 그 자체가 주요 주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웬디 자히보 Wendie Zahibo는 사진 작업을 통하여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은유한다. 카리브 해 지역 출신이자 코트디부아르-중앙아프리카 문화에 기반한 작가는 그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다학제적으로 접근한다. 자신의 몸과 우주를 연결하며 상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자 하며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작가는 사진과 사운드를 결합하며 새로운 경험, 우연한 만남, 예기치 못한 사건 및 놀라움을 끊임없이 찾는 몸과 영혼. 말, 이미지, 몸, 무대 및 소리를 사용하여 만남의 공간을 창출해왔다.
얀 토마스죠스키 Yan Tomaszewski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영상 작가이다. 그의 서사 프로젝트는 리써치에 기반한 방법론과 조각과 영화를 중심으로 한 공적인 실험을 결합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영상과 조각 작업인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The Good Breast and the Bad Breast, HD비디오, 22’ 22’’, 2019)>는 매슬론 하우스(Maslon House)라는 특정 건축물의 미스테리한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한 서사이다. 이 건물의 주변 환경이 인간의 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해나가며 건축물이 어떻게 안정감, 보호, 그리고 편안함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좋거나 나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며 보여주고 있다. -
5. 지금, 명료해야 할 서술
전시 <명료한 서술을 지우니 또다른 지도가 드러났다>는 ‘갤러리조선’과 ‘Le Wonder’가 주최, 주관하는 프랑스와 한국 간 교류 전시이다. 갤러리조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1세대 갤러리 ‘조선화랑’은 1983년 개관 10주년 국제 교류전으로서 프랑스와의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조선 화랑 설립 50주년 및 후세대 갤러리인 갤러리조선의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며 다음 세대 갤러리스트로서의 그 명맥을 이어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본 행사는 이미 정의되었거나 규정되어 있는 영역을 재고하고, 작가별, 기관별, 활동 단위별 등 전시를 매개로 각자의 역할과 의미를 탐색하며 예술의 유연한 속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한국과 프랑스의 본 전시를 주관하는 각 기관의 위치에 입각한 지형적 개념의 ‘지도’뿐 아니라, 전시 구성 요소들의 개별성을 들여다보는 미시적 관점으로 이들이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설정하는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올해 2024년도에는 한국에서 한국과 프랑스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2회 진행하고(Part1*, Part2**), 2025년에는 프랑스 Le Wonder에서 참여 작가 전체와 함께 전시를 구성(Part3***)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세 개로 나뉜 전시들은 하나로 설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점차 그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일상과 예술 / 현존과 가상성 / 예술로 만들어내는 또 다른 지형도 등의 단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의 기획자는 김인선, 여준수이다. -
gallery artists (Par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