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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세대를 위한 필사> 연작
주로 아름답고 밝은 가치를 담은 문구들을 사용해 연습하는 것이 일반적인 필사와 습자의 전통을 거슬러본다. <한글 세대를 위한 필사>는 동북 아시아의 지괴 설화, 예언서, 동양화 화론 등 다양한 한문 텍스트에 독음을 달고 한글 해석을 병치하는 드로잉 작업이다. 주로 권선징악적 세계관과 괴리된 이야기들을 가져와 광목천을 커다란 습자지 삼아 긴장 없이 쓴다. 아무개가 갑자기 귀신을 만나 별 잘못 없이 죽었다거나 끝내 영문을 모르는 채로 끝나버리는 짧고 망연한 이야기 속에 내재된 부조리함과 불가지성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더 이상 옛날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February 2,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