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SANG VARIATION: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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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선은 7월 2일 부터 13일 까지 이승현 작가의 ‘반상변이’전을 진행한다. 이승현 작가의 작업에서 그동안 일관되게 나타났던 생물체들이 인생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바둑과 만났다. 증식을 거듭해온 드로잉 유기체들이 바둑의 규칙과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보는 이를 끌어들일 지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벽화와 함께 드로잉 신작들을 위주로 선보이게 된다. 작가 스스로 만들어낸 유기체들과 우연의 법칙으로 구성된 독특한 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반상변이’는 그동안 진행해 온 미확인 생명체의 출현을 돕는 드로잉 작업형식과 바둑의 행마 진행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그리기의 새로운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 미확인 생명체는 결과를 미리 반영한 스케치 없이 선긋기에서 시작하여 연상작용 등 우연한 요소를 받아들이고 정해진 방향성 없이 증식해 나가며 형성되는 가상의 생명체이다. 나는 작업을 통해 내 자신의 에너지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며 숨어 살아 온 생명체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세상에 배양하고 증식시켜 나간다. 이 증식의 과정은 견고하고 기계적인 사회의 질서에서 벗어나 안식처와 일탈을 꿈꾸며 변이(變異)하는 몸부림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생명체의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로서의 형상은 다음 형상을 만들기 위한 원인이 된다. 이 원인과 결과의 순환은 스스로 증식하는 듯 지속적인 과정을 반복한다.
바둑은 가로세로 각각 열아홉 줄을 그어 361개의 교차점을 이루고 있는 바둑판 위-반상(盤上) 에 두 사람이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아 만든 집의 크기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자 경기다. 4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둑은 그 동안 같은 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경우의 수가 방대하다. 상대의 돌에 반응하여 다음 돌의 착수를 위한 견제와 공격 등의 전략을 위해 최적의 한 수를 찾는 수읽기를 한다. 이러한 한 수는 부분적으로 돌의 사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전체 형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석과 맥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작은 부분에 관심을 두게끔 하여 큰 부분을 취하는 수와 정석에서 벗어난 묘수를 찾는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진행 속에서 형세를 갖춰나가며 집을 차지하기 위한 형상을 키워 나아간다.
나는 생명체의 발생과 유기적인 형상의 자기조직화 그리고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증식의 과정과 바둑의 전체 형상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여 이 둘을 결합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바둑 한 판의 첫 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기록한 기보를 바탕으로 미확인 생명체를 정해진 좌표에 배양을 해 나간다. 마지막 수를 둘 때까지 그리기는 지속된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의해 구체적인 결과를 미리 확정하거나 하나의 지향점으로만 향하지 않으며 다양한 과정 중에 우연히 발생하는 상황들을 그리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한 작품이다. (이승현 작가 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