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ama: 정정주

30 April - 29 Ma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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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자동차를 타고 어두운 공간을 빠르게 가로지르다 보면 어두운 밤 풍경 속에서 점점이 있는 집이나 가로등 불빛들이 지나간다. 어두움 속 빛들을 보며 서서히 각 빛들과 나와의 거리를 연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공간의 모습을 떠올린다. 또 특별히 어두운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에 대해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본다. 잠시 후 내 머리 속에서는 어두움 속의 몇 가지 단서들이 조합된 풍경이 그려진다. 
빛, 혹은 사물에 반사된 빛을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주체인 신체는 신체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점이자, 공간과 사물에 정신성을 투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눈은 공간과 관련된 빛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감각기관이다. 눈을 통한 시선은 빛의 형태와 움직임, 광원을 인식할 수 있고, 빛이 공간의 구조와 연관돼서 변형되고 이동하는 모습을 감지한다. 시선은 광원과 광원으로부터 비롯된 빛의 여러 모습들을 응시하는 존재감을 갖는다. 
‘암점(scotoma)’은 의학적으로 시각신경이 안구로 들어와 망막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이 때문에 망막의 한 부분에 시각세포가 존재하지 못함으로써 시야 내에 검은 점과 같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현상이며, 프랑스 학파에 의해 정신분석 용어로 도입되었다. 라캉은 ‘암점’에 대해 응시에 의해 경험되는 ‘주체의 의식’이라고 설명한다. 응시는 ‘나는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본다’라는 문장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내가 보고 있는 대상이 반대로 나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며, 내 시선앞의 대상으로부터 나를 향해 뿜어져 나오는 빛의 모습과 유사하다. 라캉은 이 빛이 나의 눈에 검은 그림자 ‘암점’을 드리운다고 이야기한다. 
 
작품 [응시]에서 긴 레일을 따라 두대의 프로젝터가 마주보며 이동한다. 두대의 프로젝터는 함께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에서 찍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면의 벽에 투사한다. 프로젝터와 함께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는 반대쪽의 프로젝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을 바라보며 동시에 자신의 시선을 반대쪽의 프로젝터를 향해 뿜어낸다. 반대편 프로젝터를 향해 빛을 뿜어내며 다가가고 멀어지는 모습은 보고 있는 나와,다른 사람에 의해 보여지는 나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5개의 거실]에서는 작가의 지인들이 사는 아파트 거실을 회전하는 카메라를 이용해 찍고, 이 영상을 작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거실을 찍은 영상과 불규칙하게 섞어서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 [거실]에서는 작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거실을 모형으로 제작하고, 그 벽면에 5대의 모니터를 설치했다. 각각의 모니터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장 친근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나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그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된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 [이동]은 작가의 시선 앞에서 작가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의 모습들을 겹쳐서 보여준다. 이동에 따라 변하며 중첩되는 공간의 선들이 종이 위에 드로잉처럼 투사된다. 두 개의 [이동하는 빛이 있는 방] 작품은 호퍼의 회화 작품을 오마주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내면을 은유 하는 방과 그 방으로 비쳐 들어오며 서서히 이동하는 빛, 그리고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과 바다 풍경을 통해 내면에서 경험하는 타자他者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 표현된, 공간 속의 빛과 시선, 움직임은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낯섦, 불안, 호기심, 친근함, 공포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에 대한 은유로서 작가가 경험하는 일상을 통해 생성되는 ‘암점’일 것이다.
_정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