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회繪에 그림 화畫: 최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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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Text회화繪畵를 풀어 쓴 전시 제목 《그림 회에 그림 화》는 최수련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암시한다. 동북아시아의 전통과 고전 이미지, 그것이 다시 현대에 재생산된 모습을 유화로 그리던 작가는 고전 괴담, 동양화론서, 예언서 등 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글세대를 위한 필사〉 연작은 작가가 수집한 원전의 한문 텍스트를 그리고, 독음과 한글 해석을 첨가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동양화에서 꽃과 나무와 돌, 사람과 사물을 그리는 법 등이 상세히 설명된 『The Tao of Painting』(1956, Mai Mai Sze 지음)의 페이지들을 그림의 바탕이자 이면지로 활용한 작품을 주로 제작, 전시한다.최수련 작가의 그림은 학창 시절의 필기 노트를 보는 듯 익숙하게 다가오나,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양가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의 그림을 읽고, 글을 보면 그것은 “웃기면서 무섭게” 다가온다. 그림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죽음 죽음”은 이야기의 썰렁한 반전이 주는 농담처럼 다가오기도, 생의 무상함을 일깨우듯 허탈하고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된 한문 텍스트에서는 ‘궁서체’의 진지함,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그 장황함과 진지함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우스움이 공존한다. 한문 텍스트가 다소간 익숙한 듯 생경하고, 때로는 우스운 것은 우리가 ’동양적인 것’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와도 연결된다.한편, 최수련 작가는 회화에 대한 질문을 품 안에 끌어 안고 있는 듯 하다.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태평선전》의 영문 번역 ‘Pictures for Use and Pleasure’에서 착안한 연작들, 『The Tao of Painting』, 그리고 《그림 회에 그림 화》 전시 제목까지. 그럼에도 작가는 그림에 인용된 고전 화론이 그러하듯 ‘좋은 그림’에 대한 진지한 확신을 전면에 드러낼 수 없다. 어쩌면 진지한 마음의 고백은, 한자어 회화繪畵의 뜻풀이가 ‘그림 그림’이듯이 동어반복으로, 농담처럼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작가소개동시대에 재현되는 동양풍 이미지의 양상 및 소비 방식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그린다. 근대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낡고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동양적’인 것들을 반쯤은 의심하면서도 덮어놓고 좋아하고, 그것의 효용을 다시 고민한다. 동북아시아가 공유하는 전통적 클리셰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애, 여성, 현실과의 괴리, 내면의 오리엔탈리즘, 의심, 무지와 부조리 등을 그리려 한다.홍익대학교 회화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무중필사>(2020, 산수문화), <태평선전>(2020, 인천아트플랫폼), <망한 나라의 음악>(2019,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18, 오뉴월 이주헌)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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