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 우민정

8 February - 1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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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조선은 2022년 2월8일부터 3월1일까지 우민정(WOO MinJung)의 두 번째 개인전 《벌》을 개최한다. 마판에 흙을 채워 수많은 서사들을 새기는 우민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도하는 우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복되고 끊임없이 지속되는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지만 내일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민정의 작품에 등장하는 도상들인 코끼리, 뱀, 풀, 무지개, 밧줄과 천막 등은 각 인물들이 바라는 바를 의미하며, 그것은 항상 수직적으로 작용하여 언젠가 그 시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우리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제목의 ‘벌’은 움직이고, 소리가 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것들을 대표한다. 언젠가는 무의미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본능과 직결된다는 아이러니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소재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시도는 현대인들의 특별하고도 비슷한 삶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이전과 달리 각 그림에 불설, 문학, 가곡의 구절 등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완벽한 기승전결이 있는 시나리오라기보다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어렴풋이 모두 가지는 그런 시시해 보일 수 있는 서사들이다. 있었다가 어느 순간 이유 없이 없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솟아난 듯 영웅처럼 생기기도 하고, 부끄럽거나 비열하기도 한, 일상적인 것들이다. 인물들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도 하고, 추락하기도 한다.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빠지기도 하고, 신이 된 듯 사랑하기도 하고, 함정에 빠져 헤어지기도 하고, 자유롭게 수영하기도, 매달려 구걸하기도 하고,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일상적이지만 자신에게만큼은 특별한 순간들을 통해, 벌들의 삶을 위로 받길 바란다.
  • 공간에서 ‘벽’이란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자, 변함없이 한 면에서 그 앞을 스쳐가는 모든 것을 보는 2차원으로, 생채기가 나기도 하고 얼룩지기도 하며 사건들을 기억하고 또 기록한다. 이것은 시간을 켜켜히 중첩하여 담고 있는 유일한 3차원의 평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벽을 내가 만든 흙 가벽화판으로 상정하여, 그것을 들여다본다.

     

    벽면 위로 수많은 시도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나의, 또 주변의 삶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매일을 똑같지 않은 것으로 만들곤 하는 것을 본다. 매일은 항상 실패를 내포한 ‘시도’로 채워진다. 이러한 시도는 절실하고도 반복적인 움직임이다. 회화작업 또한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천둥처럼 번쩍하고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드로잉 그리기, 선 긋기,점 찍기, 패턴 파내기, 표면 갈아내기, 색면 칠하기 등의 행위를 개미처럼 매일매일 수행한다.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사람들의 행위, 이 운동성은 하나의 에너지를 가진다. 스포츠의 빛나는 한 순간보다 사실 아름다운 것은 그 순간을 위해서 무수히 쌓아온 시도들과 그것을 해낸 의지일 것이다. 궁극적인 의미나 필연성을 찾기 힘든 소소한 개인의 존재는 어떤 지점에서 당위를 획득하고, 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만들까, 어느 순간에 빛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오로지 시도만이, 시도하는 그 순간의 움직임만이 빛이 깜빡이며 점멸하듯, 점이나 먼지를 태워 선형으로 떨어지는 별똥으로 만든다. 이러한 시도들이 내일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할 힘을 줄 것이다.

     

     요즘의 작업(2022)에서 벽면 위에 어른거리는 것은 작은 다수의, 군상의 움직임이다. 매일이 쌓여 긴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이 움직임, 이 점들은 반복되고,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온다. 풀과 불이 모두 수직으로 자라나고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기본법칙으로 하여 중력의 질서를 가진 큰 로드맵을 그리게 되었고, 그 안에서 위치와 균형, 관계를 만들게 되고, 이것이 각각의 씬마다 내러티브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것이 간단한 지도이다.                     

     

    4면으로 나누어 아래쪽엔 물과 그 속성을, 오른쪽엔 욕망을, 왼쪽엔 죽음을 설정하였고 위쪽엔 도약을 위한 가장 큰 장애물이자 희망으로서의 불(Flame), 그리고 그것보다 더 위쪽엔 고요()가 있다고 보았다. 위쪽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가진 게임과 같다. 가장 중앙에 노랑을 하늘로 뿜는 듯한 기하학적 형태가 있다. 노랑의 색감에 나는 신성한 것, 모든 시도하는 순간과 그 의지, 달콤한 꿀의 기쁨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 노란 것 주변을 시도하는 사람들(Honeybees) 이 비행하고, 각각의 방위마다 이 꿀벌들이 비행하며 소재와 맞물려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그림의 구조로 삼았다.

    벌은 매일 부산히 무엇인가 찾아다니는, 시도하는 사람을, (주황색 선)은 모든 것을 관통하는 어디에서나 고개를 돌리면 찾아볼 수 있는 함정을, 코끼리는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자 이상을 동물에 빗대 나타냈다. 그 사이사이에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뿔소라, 저울, , 균형 장대, , 성배, 사과, , , , , 구름, , 창문, 비석, 저울, 밧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