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k Hide and seek: 최민규

11 - 31 January 2018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Blank-Hide and Seek는 검정색 구조물로부터 출발한다. 검정구조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으며 건물이 가지고 있어야 할 문, 창문, 면, 장식 등 어떠한 구성요소도 들어가 있지 않으며 어떤 의미와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이 구조물을 Blank 라고 말한다. Blank 구조물 주변에는 수집된 이야기로 만들어진 파편들이 존재한다. 파편들은 각자 다른 형태와 내용 그리고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으며, 파편들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행위를 Hide 라고 명칭 한다. 곳곳에 설치된 파편들은 Blank 구조물에 어떤 요소로 작용하는지와 구조물의 최종 형태, 공간 배치, 크기, 배경, 목적 등을 유추할 수 있도록 힌트를 준다. 제시된 각 파편들을 가지고 유추하는 행위를 Seek 라고 명칭 하며 현실과 가상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Blank를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유추하기 시작한다. Blank 에는 정답에 없다. 다만 수집된 파편을 가지고 Hide 와 Seek를 반복하고 각자 상상으로 풀어낸 공간으로 재구성 될 뿐이다. 주어진 단서와 빈 공간을 통해 다양한 공간으로 끊임없이 탈바꿈 되는 효과를 기대해본다. 
 
최민규 작가는 유년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중동으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불안함과 이질감을 사람들을 만났던 장소, 거주했던 지역의 생경했던 시각적 이미지와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시대와 공간, 문화를 초월한 그만의 새로운 건축물로 설계 조립합니다.
건축적 요소를 통한 경계의 익숙함과 낯섬, 결합과 해체를 독특한 오브제의 발견으로 새로운 조형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수 없이 많은 볼트와 스테인, 거울 등의 재료가 만들어낸 차가운 골조의 지붕 위로 스며든 우리나라의 단청과 전통 기와가 전해주는 온기가 전해지는 특별함은 환경과 인간이 상호 교류하고 침투해가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가 가지는 건축에 대한 관심은 집을 짓기 위함이 아닌 시각적 환영을 자아내는 마술적 리얼리티의 장치에 대한 관심에 더 가깝다.
 
Artist Statement
 
‘새로이 주어진 환경과 삶 속에 스며든다는 것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환경 속에 적응하려는 개인의 심리, 시각적 사고의 변화를 불러온다.’
건축은 각 시대의 사고와 이념의 결과물이다. 또한 타인을 매혹시킬 수 있는 시각매체이며, 인간과 사회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서부터 출발하였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불안정함을 느끼고 인식의 차이를 느꼈던 감정들이 시간이 흘러 모든 것들이 나에게 스며든 과정을 보여준다. 불안정한 감정은 완벽히 설계된 구조물로, 스며든 감정들은 재구성된 이미지들로 변환시킨 새로이 공간구성을 한 “공간구조물”로 표현된다.
2차원 평면에 설계된 각각의 구성원들은 설계와 조립 과정을 통해 3차원으로 공간구성 되고 이 과정은 나라는 주체가 환경과 문화를 흡수하고 소화하는 과정을 대변한다.
 
건축물을 재조립하여 축소시키는 작업은  어린이의 장난감 모형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이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세상의 면모를 축소화된 형태의 장난감을 통해 이해하며, 축소화된 세계는 실제와는 다른, 그러나 여전히 실제를 닮은 가짜-현실(pseudo-reality)로써 이해의 통로역할을 한다. 최민규는 잦은 이사로 중동에서 보낸 어린시절, 중동 건축모형과 한국건축모형을 분해하고 두 건축모형을 섞어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서야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건축물을 통해 몰이해, 몰지각의 지점을 경유하며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이제3차원의 실제 건축물을  작가의 세계 속에서 분해하고, 2차원 평면으로 재설계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공간구조물”을 만드는 그의 작업이 되었다. 이러한 부질없어 보일지 모를 시도가  여전히 어른-아이와 같은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될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