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to Whole: 김영애

16 - 28 February 2016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Pieces to Whole
인류는 오래 전부터 작은 조각들로 이미지나 패턴을 만들어 왔다. 그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사용한 재료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고대 로마와 비잔틴의 모자이크나 고딕의 스테인드글라스, 이슬람의 타일 그리고 중세 이후로 여인들이 가정에서 만들기 시작한 퀼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듯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수 없이 많은 piecemaker들이 있어 왔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지난 10여년 나무 조각들을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이 작업은 오래된 가옥에서 뜯어낸 쪼개지고 칠이 벗겨진 그리고 못이나 톱 자국이 남겨진 목재들에 매료되면서 시작되었다. 작품을 통해 삶과 세월의 흔적- 그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영속성에 관하여 질문을 던져왔다
하지만 작업의 본거지를 한국으로 옮기고부터 뉴질랜드와 달리 건축물 폐자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빈티지 열풍으로 중국에서 날조된 그 세월의 흔적들이 여기 저기 널려 상품으로 팔리게 되었다.
 
언제나 그러하지만 새로운 모색이 필요했다. 
스텐실이나 실크 스크린을 사용하여 나무에 패턴이나 질감을 넣는 일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흠모와 질투의 마음으로 봐오던 우리의 전통조각보나 흑인 노예 여성들에게서 시작된 Gee's Bend 퀼트를 흉내라도 내보고자 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조선의 규방에서 혹은 알리바마 강변 마을의 움막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조각을 자르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던 그 여인들이 나의 스승이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탁월한 미적 감각뿐만 아니라 인내와 근면이라는 미덕으로도 가르침을 주었다.
한정된 재료로도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을 탄생시킨 그들과 감히 비교도 할 수도 없겠지만
다행히 섬유와는 다른 물성을 지닌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까닭에 나의 작품은 그들의 퀼트하고는 많이 다르다.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를 이루었다는 것 말고는…
 
나는 작은 것의 힘을 믿는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한 송이 한 송이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어 풍경의 색채를 바꿔버린 것에 누구나 감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이나 제각기 다른 소리들을 내는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교향곡은 어떠한가..
그런 것들에 비하면 나의 작품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소망에 '화합과 공존'이라는 이 시대에 절실한 메시지가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보태고 싶다.
 
                                                                 
김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