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ng Movements: 이예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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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이예승의 이번 설치는 대형 원형 스크린 한 점과 분절된 다수의 원형 스크린으로 이루어진다. 이 원형 극장 구조는 매 전시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개체인 동시에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이예승이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던 인터렉티브 장치는 이번 전시에서 더욱 강조된다. 전시장 한 켠의 원형 스크린에는 각종 오브제들의 이미지와 함께 관람하는 관객들의 실루엣이 찍히고, 그 이미지들이 전시장 중앙의 대형 원형 스크린으로 전송되어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잔상과 오브제의 그림자가 풍부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동시에 조명과 소리 역시 시시각각 변화한다. 스크린의 움직임과 관객의 동적인 행위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그 자체로 지속적인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스크린에 비친 그림자들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다양한 음영과 색채를 가지고 있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듯한 어지러운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사물이나 관객과 같은 실재의 이미지와 허상의 그림자들이 혼합된 카오스의 상태를 관객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스크린의 움직임, 오브제의 잔상과 관객의 동적인 행위가 결합되어 완성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상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공간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노트
건축 공간은 사람의 의도와 목적에 의해 설계되고 구획된다. 나의 일련의 작업들은 건축 공간의 해석에서 출발한다. 나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건축공간의 느낌이 바로 작업인 것이다.
처음 갤러리 조선을 마주했을 때, 마치 길고 긴 계단을 지나 나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좁고 긴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좁고 긴 네 개의 기둥만이 존재하는 차가운 공간이 있다. 마치 신전과 같은 느낌을 가진 공간이다. 이러한 신전의 느낌은 보르헤스의 소설 ‘원형의 폐허들’ 을 떠올리게 했다. 이 은밀한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이것이 작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버려진 신전과 같은 이 공간에는 무엇이 존재하는 것일까? 내부로 들어와 높고 깊은 천장과 길고 흰 기둥을 올려다보니 마치 여성의 치마폭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업은 이러한 다양한 공간적 해석을 근거로 진행된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은 나의 작업의 설치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은유를 위한 곳이다.
은밀하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는 텅 빈 이미지들을 공감각적으로 느끼려는 시도는 어쩌면 하나의 허구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