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그린 까닭: 김민주

28 November - 7 Dec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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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나에게 그림은 혼자 묻고 답하고 생각하고 노닐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물음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 속의 고민과 생각을 즐기고 상상한다. 어떠한 대단한 물음이나 그에 대한 답을 꼭 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다가 무엇인가가 떠오르면 그것을 이리저리 상상해보며 손으로 끼적여 보는 것이다. 어느 날은 생각했던 형상과 비슷해서 흡족할 때도 있고, 다른 날은 영 시원찮은 날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남겨지는 것들이 나의 그림이기도 하다. 
일상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혼합하여 현실 공간 속으로 이상적 자연을 가져와 보기도 하고, 깊다 못해 까마득한 연못에서 그물이나 물바가지를 허우적거려 보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지 않고 물고기와 하나가 되는 어부와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나무와 하나가 되는 나무꾼이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역할들이 경계를 허물고 뒤섞이며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통해 일탈과 상상의 유희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생각하는 과정에 주목하였고, 그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내면의 나무와 사물, 인물들을 모아서 배치하여 생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였다. 그리하여 본인의 심리나 심경을 비유하는 일종의 사유 공간이 그려지게 되었다. 
본인의 생각을 대신하는 큰 틀이 되어준 풍경 속에 생각하는 과정을 비유하는 형상들을 숨겨두는 방식으로 표현하여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 공간을 이리저리 찾아가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유의 산책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생각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면 그림과의 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부지런해야하거나 강요되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었으면 했고,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던 과정과 상상하던 공간, 비유의 형상들을 소소한 수필을 쓰듯이 그려보고자 하였다. 수필을 읽다가 어느 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듯이 내 그림의 어느 한 부분이 그랬으면 했다.
 
내가 하는 고민과 생각, 상상들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다. 나의 흔적들을 보는 이들에게 삶이 너무 바빠 망각하고 있던 어떤 생각의 즐거움을 잠시나마 찾아볼 수 있는 쉼을 청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