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Doors: 박성연

6 - 25 Septemb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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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박성연은 보편적이지만 이론적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우리의 매일과 공간 그리고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우리의 평범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공간과 공간 혹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 오브제 등 세상의 모든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실체와 관계 맺음을 작가는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표현한다. 이 관계 맺음에서는 일상의 소소함이 자연스레 묻어나게 되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경험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한다. 박성연은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익숙함을 익숙하지 않게 자각하고자 하였다. 특히, 2010년부터는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언어로 이끌어내고 있다. 작가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서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프로젝트, ‘Regular Café with Homemakers’는 지역 커뮤니티나 시인, 작곡가, 시각예술가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중에는 각자의 생활이나 경험 그리고 이야기 중 나오는 소소한 요소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기, 식탁에 턱을 궤고 앉아 반복적으로 턱을 만지는 손짓, 피아노 악보를 그리면서 손가락으로 리듬을 타기 등도 소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나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 작곡가가 곡을 쓰는 방식, 희곡 작가들의 작품이나 개인사 중 흥미로운 요소에서 작품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영상, 소리, 설치, 드로잉, 텍스트, 인터뷰 영상의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박성연의 작업은 단단하게 고정된 실체가 없는 지극히 유동적인 사유를 통해 우리가 현실 공간을 생명력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보여준다. 구조적인 공간은 물렁하고 헐거운 공간이 되고,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그의 작업은 현실 공간에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 덧대어져 상상의 결이 넓어지는 경험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과 나눈 대화의 결과물은 실제 공간을 일부 재현하기도 하고 여기에 관람객의 상상이 더해져서 여러 개의 스토리로 이루어지었다.
최근 몇 년간 박성연이 보여준 일상의 울림과 떨림은 집안에서 반복되는 동선이나 행위를 흥얼거리는 공간적 허밍이었다. 그 허밍을 작가는 집의 일부를 재현하여 보여주었다. 단단한 집안의 구조물인 계단 난간이나 램프, 문손잡이는 털실로 짜여 마치 벙어리 장갑을 벗었을 때 손의 형태가 장갑에 남아있는 것처럼 허물을 벗은 부드러운 오브제가 된다. 여기에 실루엣만으로 모양을 만든 문과 문고리는 상상공간과 현실공간으로 저마다 다르게 섞이며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번 2013년도 갤러리 조선의 개인전 는 지금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일부를 정리한 전시이며 유기적인 공간이 강조된 전시이다. 희곡 작가와 나눈 대화 목소리를 분석을 하여 음표 드로잉으로 보여주고, 평범한 직장인이며 엄마들의 대화를 정리한 책 작업은 그들의 대화가 내포하는 소소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전시 공간을 닫힌 공간으로 보지 않고 유동적이고 살아있는 유기적인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그 결과 단단한 벽은 문손잡이가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도 하고, 창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털실로 만든 부드러운 오브제와 짧은 사운드를 함께 설치하여 관객은 다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은 보이지 않는 작은 요소-여백, 소리, 습기, 공기, 분위기 등-까지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되는데, 이런 점에서 관객은 에서 작품 안의 주인공이며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관객이 작품 사이를 거닐며 공간을 느끼고 호흡할 때, 일상의 사소함이 사소하지 않는 하나의 관계 맺음이 시작한다.
 
   박성연은  “누구와 누구, 무엇과 무엇, 누가 어디에서”처럼 평범한 서로의 관계를 통해 그저 그런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내려고 했다. 작고 좁은 누군가의 방을 작고 좁다는 개념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거나,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 우리의 대화/목소리를 분석하여 악보로 나타내기도 했다. 작가는 이렇듯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주변부에 머무르는 대상에 주목하고 그것들을 주인공의 위치로 끌어오고 있다. (갤러리조선 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