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AMILIAR CORNER: 기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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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amiliar Corner’, 단순한 공간에 담긴 끝 없는 질문
가장 발전된 현대 물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주 가장자리 어딘가의 표면에 기록된 2차원 정보의 3차원적 투영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블랙홀의 성질에 대한 연구가 발전되면서 블랙홀 안의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는 ‘event horizon’이라고 불리는 블랙홀의 경계에 해당하는 2차원 표면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3차원에 관한 정보가 어떻게 모두 2차원 평면에 있다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은 정확하고도 탄탄한 수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론을 펼치고 있고 따라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3차원 세상은 허상(虛像)일 뿐 오히려 평면이 근본적 실상(實像)인 것이다. 그러니 이를 놓고 보면 평면의 예술인 사진은 어떤 의미에서 허상을 다시 사실(寫實)로 옮기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기슬기의 ‘Unfamiliar Corner’는 사진이라는 이미 2차원적인 특성을 빼놓고라도 그 모습이 매우 평면적이다. 그 납작한 무기질 표면들 안 어딘가에 한 조각의 신체가 놓여 있음으로 인해 마치 아코디언 주름상자가 부풀듯 깊이가 살아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간을 상상하게 하고 사각형 속에 한 장의 슬라이스로 갇힌 틀을 넘어서 의미의 맥락을 확장하게 한다. 하지만 되살아난 공간은 여전히 우리가 그것을 너무나 태연히 여길 수 있을 만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묘한 긴장과 못내 편치 않은 비일상적인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맥락 즉 상황이라는 구조 안에서의 비교 해석을 통해 의미를 주고받는다. 말하거나 보여주는 그것 자체에 더해서 그 전후의 직간접적인 요소들과의 관계 안에서만 더욱 풍부하고도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그것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볼 때 화면으로 갇힌 공간을 확장해 봄으로써 그 주위에 있는 온갖 스탭들과 조명 기기와 감독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상상된다면 그 영화가 전달하려는 느낌이나 의미는 고스란히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재능 있는 감독이라면 그 묘한 낯섦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들을 섬세하게 만져내야 한다. 이 점에서 작가는 과연 낯선 공간의 단면을 솜씨 있게 잘라내 보여주면서 자신의 작가적 감성을 전혀 손해보지 않고 간직함으로써 ‘내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슬기의 이미지들은 단순한 평면의 틀 안에서 평면과 공간, 허상과 실상, 낯섦과 친숙함, 전체와 일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느껴봄 직한 새삼스런 ‘꺼리’를 던지고 있다. 어디까지 확장되고 어디 사이를 오가며 어디에서 생각이 멈추는지는 오직 보는 이의 일로 남아 있다.
-최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