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est Hits: 이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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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의 일련의 작업은 ‘프로파간다’라는 성격을 부여하며 대상화된 방식으로 제시되어왔다.
대량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일상을 관찰하고 채집한(스티커, 악세사리, 로고, 담배케이스..)사물들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며 장소특정적 예술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범주 등 다양한 현대사회의 양상을 설치, 조각, 퍼포먼스를 통하여 보여주었다.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관심 역시 그 동안 취해왔던 ‘프로파간다’ 형식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6,70년대 팝의 역사에서 그 시발점에 서있는 비틀즈의 영향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록의 역사를 만들어냈고 각 나라별 음악장르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 역시 그러한 세계에 록의 영향력만큼이나 한국의 암울했던 시대상황과 결부되어서 한국만의 독특한 록의 역사를 일궈냈다.
이기일의 프로파간다는 바로 여기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프로파간다라는 뜻이 지니고 있는 사전적 의미인 선전활동 즉, 사상이나 사물의 존재, 효과 또는 주장 등을 남에게 설명하거나 주입하기 위한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파간다가 지니고 있는 광범위한 속성과 시대적 상황에서 전개되는 여러 선동적 행위들의 전략적 면모에 대한 관찰이라 할 수 있다.
음악의 불모지에서 열정으로 자신들의 예술혼을 불살랐던 뮤지션들을 추모하고 현재의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음악적 결과물들-금지곡, 표지디자인, 컨셉, 다양한 복제물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읽어내고 있다. 작가는 그러한 한국 현대사가 주는 코믹과 폭력을 조형적으로 다시금 표출함으로서 오늘날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예술적 장으로의 확장을 꽤하고자 하는 것이다.
1970년대를 전 후하여 한국에서는 비틀즈를 포함한 외국의 팝 음반들이 빽 판이라 부르는 단색조의 카피음반과 음반을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음원을 편집하는 출처불명의 준 라이센스 음반들이 만들어져 음지에서 거래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저작권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1990년대가 되어서야 금지곡을 포함한 정상적인 비틀즈의 앨범이 발매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러한 음반에는 당대 음악인들의 열정과 서양을 동경했던 젊은 에너지가 묻어있으며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음반으로 남아 외국 마니아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번 이기일의 개인전 Greatest Hits는 당시 우리 안에서 은밀하고 뜨겁게 소비되었던 비틀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음반, CD, 카세트 테이프, 서적 등의 기록을 모은 설치작업과 비틀즈의 노래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 그림, 카피음반의 레코드 라벨을 형상화한 실크스크린 등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