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인생: 임선희

14 April - 1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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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본인의 작업은 미디어와 실재가 하나로 함몰되어 자신의 존재가치가 점점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 자신이 발견되기를 바라며 시작 되었다. 이것은 다른 사회 개체와 연결되기를, 그리고 최소한 그 안에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나 자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최근 작업의 관심은 모든 다양성과 혼성을 바탕으로 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이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시대에 본인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나만의 공간’과 대중미디어라는 ‘공적인 것’과의 결합을 이끌어내어 본인만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동시대의 문화 속에 중요한 생성원이 되며 중요한 매일 매일의 내러티브의 원천이 된다. 즉, 그 자체가 동시대 문화적 삶의 은유가 된다. 이에 본인은 드라마 속 이미지 안에 발견되는 본인의 경험이나 기억의 표상으로서의 공간, 사물, 사운드들을 재구성하여 작품 속에 내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던 내 존재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드라마라는 대중문화 속에 비춰지는 우리의 일상이야기를 나만의 드라마적인 상상으로 풀어나가려는 것이다. 본인은 시대성과 마주하는 드라마의 장면을 선택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작업방법으로는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회화, 드로잉, 설치,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본인은 조작적이고 허구적인 텔레비전 드라마의 이미지를 가지고 개인적인 나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작품 속에서 재구성된 이미지들은 드라마 화면에 본인이 개입할 때의 그 문맥에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작용되고 있다. 작품을 통해 허구와 진실, 공공과 개인, 가상과 실재가 섞여있는 연극적인 공간을 만든다.
 
이를 통해 본인은 내 존재의 흔적을 찾는 것과 더불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겉으로는 화려하고 다채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의 우울과 슬픔과 고뇌들을 발견하고자 한다.
(작가 임선희)
 
 
영원한 진리가 없듯이 사회적인 것의 영역은 언제나 그 시대에 종속되어있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넘쳐나는 가상도 시대의 특성이나 가치를 유형화시키기에 바쁘다. 이미지가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가상과 실재, 원본과 복제를 구분할 수 없는 실재감의 실감나는 변화와, 테크놀로지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오늘날, 임선희가 추구하는 소통방식은 간결하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가장 대중적인 이야기 코드 속에서 사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작가의 드라마적 상상으로 재구성된 장면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상의 몇 개의 스토리 파트를 뽑아서 연출된 장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전개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타자와의 우연적인 만남이라는 원초적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며, 짝사랑으로 시작된 사랑은 삼각관계나 집안의 반대라는 시련에 부딪히고, 출생의 비밀을 거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 뻔한 가벼움이 작업의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드라마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을 원작으로 했을 때,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비춰진 영상은 현실의 복제, 모방이 된다. 그것을 다시 연극적 장면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통해 모방에 의한 모방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른 시간 속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 지점에서 현실의 무게와 우리들 삶의 본질을 드러내게 되며 현실에선 지나치고 잊혀졌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서로 관련되어 있는 ‘공감’이라는 연결고리로 관계를 맺고 있기에 가능하며 그로 인해 삶의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인해 위로나 치유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영상 작품 속 누구든 전체 스토리라인을 인지하게 되는 뻔히 연출된 장면에서 일상의 움직임보다 현저히 느린 화면의 동작으로 미묘한 시간을 인식하게 하는데, 그것은 시각적 파장의 시대에 시간과 시간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을 중개하는 더할 나위 없는 연장이며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기억, 추억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드라마 속 인물들의 부침은 현대인으로 사는 우리들이 피할 수 없었던 삶의 실체이기도 하기에 궁극적으로 삶의 본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있고 우리네들의 일상이 버무려져 있는 미디어 속 세상을 통해 인간 혹은 삶의 본질이라는 개념 산출에 근거를 두며 지나친 의식을 결부시킴으로써 관념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진부한 스토리에서 추출된 상투적인 장면들은 결코 무겁지 않은 유쾌함으로 완화시켜준다. 
우리 모두는 장밋빛 인생을 꿈꾼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삶을 살아내길 바란다. 다만 드라마와 다른 것이 있다면 가상의 드라마 속 진부한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안전장치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방으로부터 시작된 가상이라는 심적인 안심, 드라마의 진부한 스토리 전개에 따라 결국엔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내는 것, 일련의 이러한 과정 속에 찬탄과 설레임, 분노와 연민의 감정이 교차하는 우리들 삶의 이야기에서 작가는 희망과 정화, 해소라는 치유의 효과를 감지해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꿈꾸거나 사랑을 추억하고 있다. 이제 작품 앞에서 취할 제스처는 관람자의 몫이다.
 
(갤러리조선 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