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story ends: 김진욱

26 September - 7 Octob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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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김진욱의 회화는 특정한 공간이나 시간에 대해서 자유롭다. 
선으로 끝없이 연결된 화폭은 서로 얽혀있는 선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인체로 치환되기도 하고, 때로는 유기적인 선들이 치밀하게 이어져 식물로 자라나거나, 의자 혹은 그네와 같은 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동식물이나 인체의 부분적인 이미지들 만이 그의 풍경에서 유일하게 구체적인 부분이다.
 
그 풍경의 전개는 무척 감각적이고 신비로운데,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상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흐름을 타고 손이 가는대로 맡기는 그의 작업 방식에서 Inside and outside landscape 시리즈는 말그대로 그의 내면과 그가 보는 세계에 관한 풍경이 된다. 무의식을 따라 두 세계를 엮어나가는 풍경이 선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동양화를 전공했던 그의 이력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인체와 자연의 이미지들은 마치 중요한 단서가 아닌 것 처럼 엷게 채색된 풍경 속에 나직히 감추어져 있다. 화면 안의 충분한 여백은 선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우연히 숨이 트이는 자리에 놓여 있고, 마치 캔버스 너머의 풍경과 연결되어 있는 듯, 새로운 여정에 대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회화 작업이 일종의 퍼즐처럼 시선을 따라 숨겨진 이야기를 맞추어 나가야 하는 데 반해, 상자를 이용한 작업에서는 그가 제시하는 풍경이 보다 쉽고 명료하게 나타나있다. 고요한 수면을 연상시키는 에폭시로 채워진 상자의 표면 아래, 의식의 선들이 잠기어 있고 회화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났던 자연이나 인체의 형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상자는 주로 보관의 용도로 쓰인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으로 소중한 것을 보관하거나, 당시의 기억이 머무르는 작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김진욱은 작업을 할 때 즉흥적으로 소재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그가 상상하는 풍경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물감을 놓고 쓰던 접시나 주변인들의 이야기, 당시의 사건이나 작업실 안에 놓여 있던 상자 등 일상의 단서들을 그의 작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김진욱이 보여주는 세계는 관객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극대화 된다.
그는 추상을 통해 주체와 객체 사이의 간극을 무력화 시키고 완전한 세계를 향한 바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풍경은 그 곳으로 향하는 비밀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독일 유학 시기 부터 꾸준히 계속되었던 상자 작업에서 볼 수 있듯, 그 세계는 일견 닫혀 있어 열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회화 안에서는 숨은 그림을 찾고, 이야기를 발견하는 영민함을 필요로 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나 전편에서 후편으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 중 어느 것이 진실인가. 진실은 주관적이며 하나의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한편으로 진실을 진실되게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장치가 된다.
김진욱의 세계를 둘러싼 그 모든 환상적인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관객은 보여지는 그대로의 풍경이 자신의 눈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어떤 추측이나 해석과는 관계없이 김진욱의 세계는 그 때 비로서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_ (갤러리조선 정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