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Void: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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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암의 1985년 영화 브라질(Brazil)을 보면 주인공 샘(Sam) 이 아름다운 하얀색 깃털 날개를 달고 회색 빌딩과 빌딩 사이의 좁은 골목들을 날개짓하며 여주인공 질(Jill) 을 찾는 장면이 있다. 처음 작가가 '변화무쌍'이라는 텍스트를 기반에 둔 작업을 생각했었을 때 머리속에서 상상했었던 전시의 시각적인 모습도 그 장면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입구를 통과해서 관객들이 만나는 거대한 벽, 그리고 벽과 벽이 이어진 미로와도 같은 공간을 상상했었고 관객은 그런 공간을 벗어난 다른 시점에서 구조물들의 전경을 확인하고 전시를 관통하는 '시선'을 얻게되는 설치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변화무쌍'이라는 텍스트에 바탕을 둔 작업은 변화무쌍할 수도, 또한 동시에 거대한 무게를 가진 덩어리(mass)일 수도 없다는 것을 작업중에 알게 되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변화무쌍은 그 실체가 사실 아주 가볍다는데에 있다. 일허일실이라는 말이 있다. 변화가 무쌍하여 없던 것이 생겨나고 있던것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작가에게 그말은 왠지 사물이 존재하는 실체가 사실은 '없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있는 것도 없는 것일 수 있는' 아주 가벼운 것일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구획화되고 거대하며 전투적인 인상마저 풍기는 서울의 경관을 닮은 구조물에서 시작된 작업은 그 무게를 버리고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부피를 상실한 열러있는 작업이 되었다. 「변화무쌍」 작업과 연계되어 있는 작업 「LIGHT」도 모순되는 이중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닫힌 공간에서 끊임없이 흘러오고 사라지는 물의 흐름을 관찰하는 동안 작업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 속에서 어떤 공간의 확장 또는 이동의 가능성을 바란다. 「변화무쌍」과 「LIGHT」와 함께 전시된 파라다이스 호텔은 이번 전시에서 다른 두 작업과 대조(counterpoint)를 이룬다. 두 작업이 생성과 소멸, 다가옴과 멀어짐의 모순적인 관계를 동시에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있다면 파라다이스 호텔은 투명 아크릴를 이용해 박해찬씨가 그의 책 「콘크리트 유토이아」에서 이야기하는 도시의 자극을 차단해주는 경계로서의 유리창과 또한 동시에 '나'와 도시를 동시에 반영하는 표면으로서 유리창을 경험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천의 랜드마크인 파라다이스 호텔을 도보로 찾으려했던 이방인에게 건물의 입구는 작은 여정을 거쳐서야 찾을 수 있는 힘든 것이었다. 짧지만 짧지않았던 그 순간 작가에게 파라다이스 호텔은 작가를 초대하는 목적지인 동시에 작가를 거절하는 벽으로 작용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시를 찾는 이들이 자신만의 또다른 작은 '여정'을 찾기 바란다. 박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