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관찰자의 시선: 박현두 방병상 사타 오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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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진의 기계적 복제성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일인칭 관찰자의 주관적이고 일회적 경험이 보편적 경험으로 환원 불가능하다는 것과, 일회적으로 포착된 찰나의 이미지가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의해 제한되고 그 재현대상 없이 자신의 형상을 만들 수 없다는, 그래서 사물의 형상을 붙잡아둘 수밖에 없는 사진의 보편적 본성과 화해하면서 사진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된 육안으로 획득할 수 없는 시각(視覺)의 한계는 주어진 대상을 재현한다는 사실을 넘어 무의식적으로 공유된 내재적 감성의 분출로 드러난 진정한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는 창작 행위로서의 가능성을 극복하였으며, 기계적으로 한정된 사각의 뷰파인더로 가늠해야 되는 시각(視角)의 범위는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과 작가가 함께 만들어내는 세상을 담아내는데 관념적인 제약을 만들지만, 그렇기에 더욱 세심하게 구현된 작가적 세계관의 집적을 대면하게 하였다.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기반으로 해서 무엇이 우리가 보고 있는 대상과 세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느냐 뿐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주체(자아)의 발생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포착된 결과물을 통해 파악해보고자 한다. 거기에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존재하며 그것은 관찰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 또는 시선의 방향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체감된 모티프들은 직접 살을 맞대고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소하고 진부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루어지며,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을 바라보는 부재되었던 의식과 불안하고 자폐적인 심리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모호한 이미지 속에 드러나지 않았던 미지의 이야기들을 풀어보는 소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보여진 것은 본 사람에 의해서 소유 된다" -사르트르
. 타자(他者)를 보다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뭔가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는 언제나 나와 타자라는 관계가 성립되고 있으며 나를 바라보는 자로서 타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를 시선의 개념으로 다루고자 한다. 여기서 시선의 개념은 개별적인 바라봄이나 시각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누구도 타인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선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언제나 타인에 의해 구성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역시도 타자의 타인으로 타자 앞에 존재함으로서 우리의 존재근거가 갖춰진다. 즉 이 세계에 출연한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 시켜주는 것이다.
자신이 타자화 됨으로서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는 것으로 독단적인 생각이 자신의 정신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다. 그러나 다양한 연출로 표출된 타자의 시선 끝에는 항상 염려와 희망이 혼재해 있다.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된 장면 속 진지함과 웃음 뒤에는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의 여운이 있다.
타자란 결국 작가자신이면서,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인물일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작품을 보는 관람객일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타자가 부여하는 시선을 받아들이는 타인이 되어 타자의 시선으로 사진 속에 내재된 숨은 이야기를 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 조선 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