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on the moon: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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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마당에 나와 계신다. 그는 지금 뇌병변 장애1급으로 무상지원 받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 정오의 햇살이 절반쯤 산으로 기울 때면 언제나 마당에 나가자고 하신다. 나는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내게는 나른한 오후지만 그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가 탄 전동휠체어는 언제나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복적인 움직임이다. 그의 시선 역시 반복적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다. 나는 속으로 ‘아버지! 시계방향으로도 운전해 보세요.’라고 속삭인다. 그의 반쯤 흐려진 눈빛을 마주할 때면 그는 지금 은밀한 곳으로의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때론 그가 어린아이처럼 보챌 때, 혹은 그가 난폭해 질 때면 나는 종종 그렇게 상상하곤 한다. 이것은 이성적인 내가 저 편에 서 있는 그를 이해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지금 ‘달 위에 서서’ 반대편에 서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겐 오히려 내가 흐린 눈빛으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들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내가 아버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버지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과 아버지가 서있는 달과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진다. 그의 은밀한 여행에 나 역시 뒤따르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