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풍경이 되다: 고지영 이만나 정재호 최은경 함수연

16 June - 7 Jul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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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某月某日
풍경을 본다는 것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삶을 살면서 날마다 사유하고 그 속에서 노력하고 체험하는 자만이 삶을 들여다보는 깊이가 생긴다. 풍경을 본다는 것의 조건은 나를 주체로 하느냐, 보여진 대상을 주체로 하느냐의 문제로 나뉠 것이다. 즉, 나의 마음속 시선으로 주변을 사유하는가와 주변의 가시적 대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느냐이다.
가시적인세계, 주의를 둘러싼 공간은 유기적인, 곧 자연의 효과가 내포되어 있다. 인간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에 ‘진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부자연스럽고 모호한 것들은 진리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오늘날 풍경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은 도시나 삶의 공간으로 들어와 풍경이 된다. 결국 진리에서 멀어진 세계는 불신 당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자연을 감수할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것은 평평한flat 것에 대한 집착과 닮아있는 대상에 대한 변형으로 나타난다. 
밤풍경 혹은 네거티브적인 풍경, 사회시스템 속 자아 풍경, 지극히 개념적인 풍경, 이러한 풍경들은 작가의 사유에 의해 재구성된 풍경으로 사진적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타 장르와의 경계를 흐리면서 회화적 효과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대상 속에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서 이는 고정되지 않은 채 열려있는 개방성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익숙한 일상적 이미지에 대한 낯설게 하기는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작은 반향으로부터의 모순과 역설들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그 작은 차이를 일상으로부터 추출한다. 추출되어진 일상의 표면에는 생생함과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 어디에도 어떤 의미도, 어떤 의도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본질이 없는 풍경이며 세계이다. 지나치는, 외떨어진, 빈 풍경이다. 본질을 제거당한 세계는 현란하거나 스펙터클한 것은 사라지고 예민하고, 강박적인 공허함만이 자리한다. 마치 부유하는 듯한 풍경은 의미를 상실한 세계에 대한 작가의 자의적 반영임과 동시에 세계에 대한 깊은 탐구이다.  
우리의 삶이 자연처럼 자연스럽고 수동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때 즈음, 그때부터다 우리의 일상이 점점 더 표준화되고 생산과 소비가 가속화 되서 그 완강한 지속성에 끄달릴 때 예술은 점점 더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렇게 기억할만한 흔적들은 얇게 스민 캔버스 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