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구절된 자연: 권윤희

14 March - 4 Jun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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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권윤희-빛, 굴절된 자연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권윤희는 자연이미지를 디지털 프로젝션이나 모니터에 투사시켜 빛이라는 비물질적인 존재로 만든다. 이 비물질적인 빛이 인간의 정신과 자연과의 유기적 상호관계를 재현하고 비춰준다. 그렇게 자연은 인간의 뇌파와 언어, 의식과 무의식 등과 겹치고 조응하고 뒤섞여 새로운 자연/인간으로 태어난다. 자연과 인간의 몸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서로 춤춘다. 작가는 자연(nature)을 자연현상인 동시에 인간의 본연적 심리현상이 혼용된 용어로 이해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물질적 위치에 존재하는 자연과 인간의 몸은 서로를 모방하면서, 상호 교환된 존재로 등장한다. 자연은 인격화 되고, 사람은 자연화 된다. 인간 주체 밖에 있는 자연과 인간에 있어서의 자연은 자신들의 상징적 코드를 교환하고, 서로의 자연의 의미를 마냥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주체의 의미는 주체 밖에도 존재하며, 서로 다른 객체의 자연 안에도 존재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주체는 안과 밖으로 마냥 퍼져나간다. 
 작가의 작업은“자연과 인간의 마음에는 은유적 관계가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그 둘을 연결하고 접속시키는 인간의 마음이다. 여기서 마음은 자연과 인간,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등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뛰어넘는 매우 광의의 개념이 된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인간의 뇌파와 파도가 겹치고 사막의 모래와 바람이 문자와 뒤섞이고 자연현상이 음성으로 발화하고 전우주의 파장이 인간 의식과 무의식의 공간 안에서 심장처럼 박동하고 춤춘다. 그것은 우주와 인간의식의 부단한 일체감을 보여주는 일종의 판타지다. 이처럼 권윤희의 작업은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기 몸이 우주 자연으로 연장되어 존재함을 깨닫는 일이고 이를 상상하고 시각화 하는 일이다. 
 그녀의 작업에서 미메시스mimesis는 중요한 개념이다. 아도르노에 의하면 주체가 객체를 미메시스 한다는 것은, 대상/ 물질적인 측면을 내가 네가 되어서 대상의 상태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권윤희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연을 미메시스 한다. 자연은 빛의 현상으로 미메시스되는데 그것은 실제적이지도, 비실제적이지도 않은 성질을 지닌다. 작가는 인간에게서 멀어진 그‘자연’을 물리적 측면 그대로 데이타 재현(Date-Visualization)으로써 미메시스하고, 또 인간과 자연 서로의 표상적 이미지를 상호교환 시키거나 유사한 이미지로 통일함으로써 또 한 번 새롭게 미메시스 한다. 자연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일상적인 경험과 인간의 의식, 무의식을 접목하고 이를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로 미메시스하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주고, 의미를 부여하는 한 쌍으로서의 두‘자연’이 자리하는 것이다. 
 
실재와 비실재, 현실과 가상, 물질과 정신, 자연과 인간 혹은 문명, 주체와 객체의 개념의 경계가 희미해져 있는 그녀의 작업은 마치 백일몽과도 같다. 한낮에 꾸는 꿈처럼 완전한 실재도 아니면서, 동시에 완전한 무의식 속에 존재해 있지도 않은, 현실과 가상의 너머에 존재하는 제 3의 ‘자연'이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자연과학의 물리적인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형상과 그것들의 근원이 되는 초경험적, 초월적인 것, 즉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녀의 작업은 관자를 초현실적인 유사자연으로 유도한다.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부침 하는 기이한 자연풍경 앞에서 새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나와 자연, 우주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고 세상은 하나의 전일적 존재인 것이다. 그 위에서 나와 우주는 함께 춤추는 연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