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노석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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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선은 2017년 이후, 7년이 지난 2024년 4월 23일부터 5월 28일까지 노석미의 개인전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를 개최한다. 지난 2017년, 갤러리조선에서 열린 개인전 《Very Green》은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노석미 작가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논과 밭과 산의 푸른 모습을 간결한 필치와 선명한 색감으로 담아냈다. 회화의 소재를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하는 노석미는 이번 개인전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을 통해 꽃과 화병, 인물 회화와 텍스트페인팅 시리즈를 전시한다.
노석미는 간결한 필치와 선명한 색채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몇 번의 붓질로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는 필력 또한 매력적이나, 그 붓질이 숨긴 정취와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또한 즐겁다.
사진과 같은 정교한 묘사가 대상과 이미지를 일치시키는 것과 달리, 뭉개진 세부와 흐린 윤곽선은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 간격을 발생시키는데, 이 간격을 통해 관객은 이미지에서 대상으로 가는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텍스트페인팅 시리즈의 경우, 텍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치하면서 발생하는 간격은 고정된 스토리가 아니라, 관객의 심상에 이야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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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학 뾰족한 가지 : 노석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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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이미지와 대상의 간격,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는 노석미의 문학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다. 마치 시가 언어의 병치를 통해 서정을 전달하는 것처럼 노석미는 그림을 통해 그렇게 한다. 뿐만 아니라, 노석미는 여러 권의 그림책을 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에 맞춰 전시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노석미 아트북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출간 예정인데, 이 아트북은 60편의 시와 20컷의 꽃과 화병 그림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중, 전시 제목과 아트북과 다시 한번 동일한 제목의 시를 살펴보자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검은 손등 주름마다
검은 손등, 그 주름 틈마다 너의 초록이 들어있어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떨어져 나와 굴러
테이블위에 제각각의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가
사소한 여러 사건들로 인해 이리저리 자리이동을 하더니,
몇 몇 놈은,
테이블 아래로 떨어져 짓밟히다가 그 흔적이 사라지기도 하고
몇 몇 놈은,
다시 어딘가로 붙어 더욱 원경에 놓이기도 하다가
결국 까맣게 잊힌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
너의 검은 손등 주름 사이로 초록은 뭉글뭉글 다시 솟아오른다
산토끼,까치,고라니,비둘기,오소리,까마귀,산돼지,족제비,너구리
그리고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노석미,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dbhssip 출판사, 2024), p.12]
노석미의 꽃과 화병 그림은 정말로 꽃 향기가 전달될 것처럼 신선하고 달콤하다. “검은 손등 주름 사이 초록”처럼 생기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화병에 꽂힌 꽃은 일주일이 채 안돼 꽃잎이 마르고, 향을 잃고, 색이 바랠 것이다. 지나간 것은 기억으로, 눈에 남는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다시,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처럼, “검은 손등 주름 사이로 초록은 뭉글뭉글 다시 쏟아 오른다”.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끝 돋아날 새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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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in a 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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