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던 자리: 김지예
갤러리조선은 2018년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김지예 작가의 개인전 <누웠던 자리>를 진행한다.
김지예 작가는 도자를 중심으로 사물의 형태를 본뜨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빛을 반사시키는 도자의 매끄러운 표면은 피부같기도 하고, 유리같기도 하다. 미끄러진 시선은 결국 그로테스크한 형상과 그와 부조화스러운 화사한 색채로 옮겨갈 것이다. 김지예 작가는 도자 작업을 할 때 본인이 느끼는 습도와 감촉, 밀도와 긴장감을 '밀착'이라는 친숙하고 육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관객은 작업의 결과물인 작품만을 보겠지만, 그 작업들은 묘하게도 다시 작업의 과정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만져본 것만 같은, 혹은 만지고 싶은 작품의 표면은 충동이나 기억을 이끌어내며 익숙하지만 궁금한 무엇인가가 되려 한다.
그러나 김지예 작가의 작업은 폐쇄적이고 음습하지 않다. 개인의 세계를 풀어놓은 작업을 들여다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충동된다. 일순 피핑 톰(peepping tom)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하고, 그에 따른 호기심어린 시선에 응대하지 않는다면, 이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등을 돌려 앉아있는 꼴이다. 김지예 작가는 시선을 무시하거나 짐짓 못본척 하지 않고, 그 시선을 곧게 맞받아치며 오히려 관객의 내면으로 침투하는 듯 하다. 살짝 벌어진 꽃봉오리같은 작품의 말미들은, 애처로우면서도 에로틱한 신체적 감각을 차용한다. 인간은 입으로 먹고, 말한다. 입술을 닮은 이 말미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받아들이려는 듯 수줍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며 발화한다. 먹는 행위는 나의 신체가 아닌 어떤 것을 나의 신체 안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말하는 행위는 나의 신체로부터 길어올린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이다. 들어오고 나가는(in-and-out) 행위의 시작점과 종결점은 이처럼 하나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작업의 감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동시에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촉각을 극대화해보고자 한다. '눈으로 만진다'라는 표현은 시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김지예 작가의 작업 속에서, 손끝은 시선의 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