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HOES ARE A BIT MORE COLORFUL: 안상훈

3 - 17 July 2018
  • Press Release Text
    갤러리조선은 2018년 7월 3일부터 7월 17일까지 안상훈 작가의 개인전 을 진행한다. 안상훈 작가는 독일 뮌스터에서 유학하였고, 이후 뮌스터, 베를린, 오스트부르크 등을 중심으로 독일 현지에서 활동하였다.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후로는 한국에서 추상회화의 활로를 탐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6년 귀국 이후 한국에서 이뤄진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안상훈 작가는 특유의 색채 감각과 화면 공간 구성력을 이용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트플랫폼 전시 은 '좋은' 그림에 대해, 그리고 다시 '그림'에 대해 묻는 계기였다. 작가는 전시 제목의 '좋은'이라는 문구 위에 선을 그어버림으로써 '좋은' 그림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전시에는 벽에 걸린 작품 대신 벽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떠 있는, 아주 잠시 동안 존재하는 그림을 선보였다.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좋은' 그림에 대해 생각하게 하더니, 나아가 '그림'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려는 듯하다. 
     
    모든 전시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장해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시가 끝나는 순간 사라진다. 그 그림을 다시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작가는 이런 '그림'의 숙명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아주 연약한 재료(비닐)와 아주 연약한 방식(그리기)을 통해 처음부터 사라질 것을 예고해 본 것이다.() 우리가 그림에 대해 알고 있는 바는 이처럼 연약하다. 캔버스 바깥에도 그림은 존재한다. 그리고 캔버스 안에서도 그림은 존재한다. 작가는 캔버스의 가장자리를 그림의 가장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가장자리 밖으로 확장해나가는 상상력의 여지들을 가정하고 있다. 
    안상훈 작가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추상회화를 다루면서, 동시에 그 추상성과 회화라는 매체를 다시금 곱씹어 보는 듯하다. 안상훈 작가는 추상회화에 부과된 '추상성', '포스트모더니즘', '비재현', '붓질의 물질성', '정신적 가치' 등을 모두 인지하면서도, 이 수식어들이 실제 그림보다 먼저 다가오기를 원하지 않는 듯하다. 작가는 회화라는 물질에 대해 질문하고, 전시라는 순간에 대해 질문하고, 무엇이 여전히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상훈은 회화로 회화에 부과된 수사를 고민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안상훈 작가의 그림 제목들은 전시 제목처럼, 익숙하면서도 엉뚱한 문구나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역시 작품의 많은 몫을 관객과 나누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구글 검색을 통해 무작위적이지만 동시에 기존 정보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각각의 제목들은, 모호한 뉘앙스만을 전달하며 관객이 호기심을 느끼게끔 유도한다. 추상회화에 으레 붙어있는 '무제', 'untitled'라는 제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림의 제목을 확인할까? 또 왜 '무제'라는 제목 앞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걸까? 그림으로부터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를 때, 제목으로부터 약간의 힌트를 얻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제목을 이용하여 그림을 이해할 때 참고하는 그림 바깥의 것들을 위트있게 비껴간다. 회화에 대해, 또는 추상 회화에 대해 많은 의문과 비관론이 제시되어왔다. 안상훈은 그림 안과 밖을 넘나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여전히, 그림은 있다' 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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