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here was ours: 표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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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비평 (부분)
이미지가 표면(적)이라면 그 뒤에 있는 것까지 펼쳐 놓는 것이 우리의 일일까—이미지는 충분히 펼쳐져 있는데 말이다. 작가 표민홍의 이번 개인전 <아무것도, 우리의>는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된다. 시를 담은 책, 영화, 그리고 이 두 요소를 읽고 볼 수 있는 설치 환경의 세 요소가 그렇다. 관객은 전시장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서 독특한 환경을 마주한다. 호텔 일인실처럼 꾸며 놓은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책을 꺼내 영어와 한국어로 지은 시를 읽을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각 다른 요소들과 상응하기도 한다. 시는 영화의 자막으로, 영화의 배경은 설치된 전시 공간으로, 그리고 설치된 공간과 가구를 보면 시가 적혀 있다. 작가의 이전 개인전 (Whistle, 2018)을 본 관객은 공간과 글씨/문장을 다루고 구성하는 작가의 태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영화라는 요소가 하나 더 들어간다. 이공간에서 영화는 어떻게 펼쳐질까? 잔잔하게 흐르는 이미지는 전시장과 같은—유사하고/하거나 동일한 공간의 문자 그대로 구석 구석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의 자취를 따라 우리는 영상에 나오는 호텔로 가고 또 떠난다. 흐르는 이미지를 보고, 전시장에 연출된 공간에서, 우리는 스펙터클 속에 빠지는 대신 심층으로 눈을 돌린다. 전시 제목과 영상 속에서 언급되지만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와 ‘우리’는 누구일까? 테이블 옆 의자에 잠시 앉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궁금증 때문에 책을 다시 펼쳐 든다. 펼쳐진 글씨와 이미지, 공간, 그 속/사이에서 작업은 틈새를 내포한다. 책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영화와 설치 공간, 궁극적으로 작가가 관심을 두는 언어의—언어 자체가 아닌, 언어를 둘러싼 형태 속/사이에 틈새를 만든다. 이 틈새란 이미 자리가 주어진 대립항 사이에 주어진 것만 가리키지 않는다.
하나로 보이던 것—유일무이하거나 단일한—이 다른 항으로 편입되는, 그 속에 이중 삼중의 구석을 만들어 문맥과 흐름에 내던져질/내던져진 것 또한 그렇다. 겹치고 같이 섞이는 이 구석(들)을 우리는 책을 펼치고, 이미지로 펼쳐지고, 공간에 펼쳐졌을 때 어떻게 파악 (불)가능할까. 우리는 정작 알고 있었을까. 알고 보니—알고만 보니까, 모를 수도 있겠다. 그 심층이 두꺼운 표면에 뒷받쳐 있었다는 사실을. (콘노 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