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heshire Cat and from Himalaya: 김윤하 이지숙 엄아롱
Past exhibition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 갤러리 조선은 전시 <나의 체셔 고양이 그리고 히말라야로부터(My Cheshire Cat and from Himalaya)>를 연다. 역량 있는 30대 신진 작가 이지숙, 엄아롱, 김윤하가 참여한다. 작품 큐레이션과 전시 소개 글은 미술사가 이상윤이 맡았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상상적 감각과 환상적 경험의 렌즈 너머로 관찰한 물질 사회의 스펙터클을 영상과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보여준다. 감각한 것과 경험한 것, 그리고 이것을 통해 형성된 가치 체계는 실제인가 아닌가의 질문에서 출발하되, 답을 찾는 것이 아닌 질문을 되뇌는 신경증적 환상 자체를 제시한다.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에는 웃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바로 체셔 고양이(Cheshire Cat)이다. 그는 자유자재로 공간 이동을 하고, 난데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며, 앨리스에게 알듯 모를 듯한 대화를 던진다. 둘의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언어 교환에 가깝다. 몸을 바꾸고 공간을 이동하는 체셔 고양이때문에 앨리스가 현기증을 호소하자, 고양이는 특유의 웃음(grin)만 남기고 천천히 사라진다. 이 때 앨리스는 감탄하며 소리친다.
“웃음 없는 고양이는 봤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이라니!”
몸이 웃음을 만들텐데 몸이 없는 웃음이라니, 체셔 고양이의 웃음은 실체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이 웃음은 시뮬라크르적이다. 지속성과 자기 동일성이 없는, 그러나 나에게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어떤 현상이나 사건의 출몰이다. 《나의 체셔 고양이 그리고 히말라야로부터》에 참여한 이지숙, 엄아롱, 김윤하의 작품 역시 시뮬라크르적 경험과 그 영향에 연결되어 있다. 체셔 고양이의 웃음처럼 존재하나 실체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부정할 수 없이 강렬한 무엇, 내 주위를 끈질기게 맴도는 이질적인 '그것'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굳이 어디까지가 실제, 어디까지가 가상인지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대로를 즐기는 것 또한 원더랜드의 매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