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Motion: 이민지

24 June - 9 Jul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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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조선은 2021년 6월 24일부터 7월 9일까지 이민지(Minji Yi)의 개인전 《고스트 모션 Ghost Motion》를 개최한다. 이민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생태계를 통해 팬데믹의 뒤엉킨 시간을 통과하면서 관찰한 몸(들)을 사진과 영상, 텍스트로 기록한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몸을 새삼 감각하게 된 시공간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몸과 몸짓들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고스트 모션(Ghost Motion)은 악보에 표기되지 않은 동작으로, 연주하는 곡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드러머가 몸의 일부를 일정하게 움직이는 몸짓을 의미한다. 이처럼 요가 수련자는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작을 반복하고, 연주자는 입술을 조그맣게 움직여 박자를 세면서 자신의 타임라인을 재생한다. 
 
이민지는 그동안 다뤄왔던 ‘본 것’과 ‘못 본 것’ 사이의 ‘시-차’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몸과 몸의 감각을 다룬다. 정지한 장면과 영상을 스크린샷 한 듯 나열되는 장면들, 또렷하다가 흐려지길 반복하는 망막적인 몸짓은 종종 사진에서 탈락하는 것들-잔상, 소리, 진동, 촉각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동작과 동작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 탈락하는 것들을 붙드는 사진가의 고스트 모션이 싱크를 맞추는 건, 몸에 축적된 과거의 감각과 몸에서 뻗어난 상상의 감각이다.
 
빌렘 플루서는 <사진 촬영의 몸짓>에서 ‘사진가가 찾는 위치는, 시공간 속의 어떤 지점이다.’라고 말한다. 《고스트 모션 Ghost Motion》은 이 이상한 타임라인에서 희미하게 재생되고 있는 몸과 눈의 링크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2.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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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이 멈춘 시간, 종종 몸의 경로를 더듬었다. 옮겨 다니던 몸과 눈은 한 좌표를 맴돌거나 스크린을 통과해 먼 곳, 먼 시간의 장면에 도달했다. 뒤엉킨 타임라인에서 본 것들은 몸과 눈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소리가 제거된 광장의 풍경,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불길, 검게 흐린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스크 아래의 숨들은 몸에 머물고 있는 잔상을 떠올리게 했다. 잔상은 매번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몸들로부터 여기 놓인 몸과 눈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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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아래 잔상들이 떠올랐다 가라앉길 반복한다. 정지한 몸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몸 기억을 떠올린다. 고스트 모션 Ghost Motion. 요가 수련자는 숨에 귀 기울이며 동작을 반복하고, 연주자는 입술을 조그맣게 움직여 박자를 세고, 사진가는 장면과 장면 사이 탈락하는 것들을 붙든다. 몸의 낙차는 몸이 여기에 머물게 하고, 연주를 나아가게 하고, 기억된 장면과 상상의 장면 사이의 초점을 맞춘다. 고스트 모션은 잔상이 머무는 미세한 타임라인을 재생하고 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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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몸짓은 때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진의 표면 아래에 가까운 것들이다. 반복해 복기하는 잔상의 초점, 숨이 몸을 빠져나가는 경로와 소리의 파동, 맞닿았던 촉각의 잔상이 표면 위로 떠오른다. 그럴 때면 사진에 정착한 타임라인은 다른 곳, 다른 시간을 향해 잔상과 몸 기억을 멀리 떠나보낸다. 
멀어지는 장면이 도달한 곳은 어디일까. 다시 미세한 속도로 진동하는 사진의 입자들이 다다른 몸과 눈의 좌표는 어디에 위치할까. 고스트 모션은 지나간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다가올 것들의 싱크를 맞추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