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UILIBRIUM: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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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행위는 어떠한 순간이 담고 있는 정서적 상황 또는 서사를 다루기에 앞서 그 과거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의 시점에 집중하는 일이다. 분절되어있던 기억의 단편들이 모여 어느 순간 맞물리며 이루는 풍경은 당시의 상황보다도 오늘에 이르러서야 그들 간의 상호관계가 더 뚜렷해지기도 한다. 삶의 시간은 오직 하나의 방향을 갖고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을 지탱하는 과거의 시간들은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불규칙적인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 콜라주와 조각적 설치라는 작가 고유의 언어를 통해 이정후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오고 있다.
이번 개인전 <조립된 균형:Equilibrium>은 과거에 경험한 사건을 모티브로, 어떠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 중인 사물과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있는 오브제들은 무수히 많은 분해와 열거, 겹합의 과정을 거쳐 빛, 시간, 공간과 호흡하며 구성된 최선의 순간을 제시하는 동시에 심리적 기억을 묘사하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제안하는 오브제들의 결합은 작고 미묘하지만, 각각의 사물들이 맺고 있는 상대적인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 자체의 기억과 목적을 갖고 있으며, 존재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만들어낸 조립된 균형으로 '서 있는 것들'이다. 어느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는 현황 속에서 오브제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비결정적이고 언제라도 변화 가능한 현재의 일시적 상태는 구조와 구축 사이의 경계와 균형을 찰나의 순간으로 드러내게 하며 불완전하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상반된 감정을 전달한다.
단편적 기억을 수집하며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어떻게 맞물려있는지를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게 한다. 재구성된 오브제들은 지난 이야기를 토대로 지어진 현재의 풍경을 그려내게 하며, 과거를 마주하는 시점이 이동하게 될 때 이 모습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의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와 그에 따른 노력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듯하다. 결코 조용하지 않은 현실 속에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걸어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