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osteric Ginger: 오용석

13 May - 2 June 2020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갤러리조선은 2020년 5월 13일부터 6월 2일까지 오용석(OH Yongseok)의 개인전 《알로스테릭 진저 (Allosteric Ginger)》를 개최한다. 오용석은 고전적인 매체인 유화를 오래도록 고집하면서 사회적으로 잘 이야기되지 않은 것, 설명하기 어려운 것, 금지된 것 등에 관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해왔다. 갤 러리조선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꾸는 꿈, 이종교배된 식물, 다양 한 시간성을 포괄하는 신체 등 난해하고 기괴하지만 한편으로는 매혹적이기도 한 여러 형상들을 탐구 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알로스테릭 진저》라는 전시의 제목은 작가가 만든 가상의 색깔 이름이다. 화장품 이름에서 종종 보 게 되는 색깔인 진저는 우리가 흔히 "남국(南國)"이라 부르는 열대지방 인종의 구릿빛 피부색을 닮았 다. 매혹의 색인 동시에 공포의 색이고 환대의 색인 동시에 낙인의 색이기도 한 이 색깔을 수식하는 말로서 작가가 선택한 알로스테릭이라는 용어는 다른 자리 입체성이라는 뜻의 어려운 화학 용어이다. 효소의 기질 결합부위와 별도로 입체 특이성이 다른 부위가 있어 그 부위에 저분자의 화합물이 결합 하여 효소활성이 변하는 현상을 다른 자리 입체성 효과(allosteric effect)라고 일컫는다. 작가는 구조와 결합방식이 달라짐에 따라서 원래의 역할과 자리가 바뀐다는 의미에 주목하여 이 말을 사용했다.
전시의 그림 속 형상들은 관객에게 해석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결코 완전한 해 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전시된 그림이 열린 해석을 지향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 려 이 그림에서의 핵심은 바로 이 여분으로서의 미해석된 부분이다. 나에게는 얼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해석되지 않는 지점의 존재는 그로 인해 이 세계 전체가 언제든 거꾸로 뒤집혀 물구나무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내가 아직 찾지 못한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여 내가 본 것과는 전 혀 다른 방식으로 이 세계의 모습을 완성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의 그 림 속 형상들은 관객과 미묘한 줄다리기를 즐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화면 안에 포박된 심미적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때때로 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얼어붙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그림은 "액체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림이란 작가가 손으로 제어하려고 하 면 어느덧 그와 무관하게 손가락 사이로 흐물흐물 빠져나가버린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 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생명체로서 그림의 움직임을 필요 이상으로 통제하는 대신에 반대로 그것에 몸을 맡겨 따라가는 방식을 택한다. 전시는 그 흐름에 접속하는 다양한 통로 중 하나가 될 것 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관객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 못하는 자들의 기묘한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