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 감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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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주체로서의 나 자신이 사회로부터, 시대로부터 어떻게 보여지고 작동되는가를 가늠해보는 시도이다. 우리가 어떻게 존재해왔으며,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손으로 쓰여진 문서(편지), 책, 사진과 같은 흔적들을 추적해가며 접근하고 있으며 최근 레지던시 활동으로 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작업관을 좀더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2017년 작업 ‘지붕이 없는 기억’이란 발견된 자료나 물건의 출처가 뚜렷하지 않고 형태가 불완전한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아마도 우리의 기억이나 인식 또한 이렇듯 조각난 모양일 것이다. 연장선상에서의 2018-2019년 작업 ‘잃어버린 밤’은 기억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인식하고 있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세상은 이미지이다. 이미지를 마주하는 순간에 어떤 역사와 대면하게 된다. 그 역사란 개인의 사소한 순간들이다.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하는 것은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시대적 모습이다. 사회적 인간이란 이미지로부터 사상, 지식, 종교, 신념 등의 체계를 전복 당할 수 있다. 본다는 주체는 나 자신이지만, 그 주체가 주체적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보여지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판단은 지속적인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을 배제할 수 없을것이다. 때문에 이미지를 해석하고 재생산해 내는 나에게 시각이란 ‘눈멂’과 같다. 나는 재현을 통해서 사실이란 것이 고정될 수 없고, 의미라는 것 또한 끝없이 ‘미끌리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더욱이 회화의 단상들을 따라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가시적인 현상일 뿐, 결코 담을 수 없는 것은 부재로서 존재 하지 않을가라는 생각을 한다.
감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