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 FOR ME: 최수인

10 April - 3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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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나의 그림 안에서 심리의 흐름은 단순히 모든 장르를 망라한 예술에 흐르는 심리인 동시에 소재의 측면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다. 
 
 나는 나의 주변 관계, 이외의 외부세계를 통해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로 인해 순간의 혼란 및 충돌이 발생하는 감정관계를 그림으로 그린다. 작업은 외부의 어떠한 ‘응시’하에 방어기제로 위장한 주체의 모습(나의 심리적 모델)과 이들을 감싸는 가혹한 환경을 가시화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외부세계로부터 대상을 향해 오는 눈길이 있다. 심리적 대상들은 이 시선을 부드럽게 받으며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심한 갈등으로 부딪히며 서로를 밀어내는 상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보통 외부세계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마을을 지키는 정승처럼 우뚝 서있는 자연물의 형상이나 괴물 혹은 귀신처럼 보이도록 그린다. 이는 저마다 사연은 있겠으나 확실한 객관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심리적 대상(주인공)과 이를 응시, 조롱 하고 있는 외부의 ‘어떠한’ 존재는 서로간의 성격을 조작하고 통제하며 긴장감을 만들고 그들이 등장하고 있는 주변환경과 유기적으로 조응하며 순간의 상황에 집중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선택하게 되는 표현방법, 색의 선택 역시 이들 관계의 성격이 형성됨에 따라 결정하며 이 즉발적인 표현을 그대로 남기고 작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내 작업 안에 미리 결정되어 있는 스케치, 이야기의 서사, 계획은 없다. 
 
 각 그림마다 보이는 주인공들의 위치, 동선, 태도, 주변과의 추측 가능한 긴장감등과 함께 그림 제목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경험한 관계의 성격, 이와 관련된 사건 등을 그림 제목을 통해 작은 모티브만으로 노출한다. 그리고 더욱 친절한 그림해설은 내 그림을 보는 사람의 몫이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관계에 대해 모두 다른 해석을 해내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는 맞고 틀림이 있지 않다. 해석 이후 정리와 기억에 관한 부분은 더욱더 그렇다. 나는 이런 식의 사람의 태도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고 계속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문장이 아닌 짧은 단어로 던지며 작업을 할 생각이다. 
 
  캔버스 화면은 모두가 자유로운 무대가 되고 그 안에는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자처하는 주체간의 사이코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무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특별히 자연풍경이미지에 집중을 하여 그림이 풍경화일 수 있다든지 보이는 표현이 거칠고 빠르며 형태가 애매하다고 하여 추상화에 속할 이유가 없다. 내 그림 안에는 어떠한 형태로이든 성격이 있는 대상, 주체가 확실하게 등장하며, 이를 혹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라면 주변 환경 구성을 통해 이 시선을 표현하기도 한다. 
 보통 주체는 털이 많이 나버린 생명체로 그린다. 이는 위장을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은 대상의 부끄러운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주체를 둘러싼 자연 환경은 자연물을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그저 풍경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장소성을 대표한다. 그리고 대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감정 및 태도로서 존재는 소품 같은 것이다. 따라서 주체를 제외한 주변 이미지들은 모두 스스로 존재하고 유동적이며 충동적인 상태 그대로 계속해서 변형 중이다. 따라서 내 그림은 풍경이 아니라 ‘장면’이 된다. 
 
  나는 심리상태에 기반한 감정과 태도, 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계를 극화(劇化)시켜 다양한 형태의 미장센을 캔버스 위에 유화로 그린다. 작위적일 수 있는 가상의 무대 위에 기이한 감정적 현상과 심리 대상들의 마음 동요를 형상화 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중인 모든 것이 누군가가(혹은 스스로가) 인위적으로 인과관계 없이 재배치 중이라는 점과 그 안의 옳고 그름의 잣대역시 배치 중이라는 점, 따라서 순간적 이미지로 남을 ‘장면’ 만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점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가짜’ 로 해보고 싶다. 작업을 통해 가짜 이미지를 눈으로 보고,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와 그 안의 태도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 없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한다. 
 
 최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