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ness: 옥정호

28 September - 7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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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조선은 9월28일부터 11월 7일까지 옥정호 <미망한 세계> 전시를 진행한다. 옥정호는 퍼포먼스 작업을 주로 하며 사진, 비디오 등의 매체를 활용하여 그 장면을 아카이브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 의도는 퍼포먼스로 나타나는 행위와 사건 자체에 집중되어있으며, 그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비디오는 그의 퍼포먼스 작업을 기록하는 매체로서 작용한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기이한 풍경과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인물은 모습은 합성이나 의도적 편집에 의해 후보정된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 즉 작가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이다. 
 
이번에 갤러리 조선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제목은 '미망한 세계'이다. 
미망이라는 단어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1.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2 '멀리 넓게 바라보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전 작품부터 이어져 오던 그의 유쾌한 아이러니는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히 나타나는 듯 하다. 그의 사진작업은 모두 '미망인'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진행된다. 이는 위의 미망이라는 단어가 갖는 두 가지 의미에 모두 부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해석한 작업으로, 총 일곱 개의 시리즈로 구현되었다. 까만 종이 박스에 담겨 분리된 몸을 가지고 존재하는 인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회적 문제에 대담하게 가담하지 못하는 객체적 존재로서의 개인, 그리고 동시에 그러한 문제들을 철저하게 외면할 수도 없는 방랑자 같은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다. 그의 작업 속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원, 목욕탕, 노래방, 거실 등은 그의 개인적 삶에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간들이며 또한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이러한 친근한 공간에 낯선 모습으로 개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사회적 개체로써 미망하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서도 미망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는 그의 비디오작업 '국민 교육헌장'에서 아무도 없는 대나무숲 한 가운데에, 작은 박스로 단상을 만들고 그 위에 올라가서 가슴속 깊이 숨겨져 있는 단어들을 내뱉는다. 온갖 힘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편으론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단어들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안간힘을 다해 막고 있는 듯 보이기도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말하고 싶은 그 단어들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개인의 의지와 실제 상황은 서로 반하는 형태로 일어나며 이 미망하는 인물은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국가주의적 산물의 아이콘 '국민교육헌장'의 내용을 읊어내려간다. 서로 다른 미디엄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지만 옥정호가 그의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이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특정 세대, 공동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삶과 고통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웃픈' 우리네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