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 정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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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윤 작가는 기하학적 형태, 단순한 색으로 이루어진 이전의 작업에서 탈피하여 촉각적인 성질이 두드러지는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성윤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은 원시적인 원리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와 기하학적 도형의 결합체이다. 스칠듯 하면서도 충돌하거나 부숴지지 않는 정성윤 작가의 작품은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허망하고 무용한 반복을 계속한다. 둥글거나 각진 도형들이 가까워지고 멀어지거나, 얕은 폭의 움직임을 반복하는 작품은 욕망의 시작, 확장과 종말의 순환 구조를 상징한다. 차갑고 무거워 보이는 조각은 실상 인간의 가장 깊은 정체성 중 하나인 욕망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시지각과 기억 사이의 빈 공간 즉 사유의 틈을 만들어내고자 헸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기존의 작업과 다른 재료(모피 등)를 사용하여, 시지각의 폭을 더욱 확장시켜보고자 한다. 기존의 작업에서 사용되었던 단순 반복적 기계장치는 여전히 등장하지만, 그 재료는 모피와 같이 촉각적인 것이다. 전시장 안에서 꿈틀거리며 각자의 약속된 움직임을 반복하는 모습은 각 작품간의 촉각적인 대조를 극명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정성윤 작가는 새로운 재료를 통해 직선적이고 한정적이었던 전작과는 다른 유동적이고 계산할 수 없는 윤곽을 만들고, 이의 반복적 동선을 통해 이전부터 탐구해왔던 인간적 고뇌와 갈등에 대한 고찰을 심화시켜 보고자 한다. 윤곽이 없는 재료들은 추적 할 수 없는 욕망의 근원을 상징하며 전시장을 채운다. 정성윤 작가는 비유적이고 모호한 기계장치를 통해 무용하면서도 그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오래된 숙명을 재생산하고자 한다.(갤러리조선)
우리는 각자 미지의 시나리오를 연기 하고 있다. 그 미지의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이해하기 힘든 경로를 인식하는 것은 죽음의 공포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시간성이 사라진 시대에 감춰진 우리의 상실과 우울, 공포, 복수와 연민과 같은 진행형의 기억들을 기계라는 근대의 매체에 담는다. 시간성을 잃고 부유하는 형태와 물질들을 포집해가는 가상의 행위를 순환시켜 기계장치가 만들어내는 행위와 피사체간의 지속적인 인터페이스의 변조를 통해 역설적인 허상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욕망을 표상하는 다이어그램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 에는 특정한 형태가 고안되거나 고착된 특정 결과물(형태)이 없다. 이것은 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완성될 형태를 위해 대상을 깎거나 덧붙여 특정한 형태를 이루는 것이 아닌 미지의 형태로 진화하는 어떠한 상태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측 할 수 없는 경로와 그 내부를 향한 자각을 통해 힘이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 증가하는 엔트로피가 임계점의 사선에서 배회하는 긴장의 질서를 기능적 혹은 비기능적 기계 메카니즘을 통해 구현 하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자연과 인간 세상을 보는 방법론이며 자아라는 실존적 형태의 허상을 재구성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다. (정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