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ages: 잉고 바움가르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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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선은 2월 7일부터 2월 27일까지 독일 작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의 개인전 를 진행한다. 잉고 바움가르텐은 독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하고 대만,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자리잡은 작가이다. 작가는 다양한 거주지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쌓여온 거주지에 대한 기억을 화면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회화는 언뜻 규칙적이고 잘 배분된 아름다운 화면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개인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깊은 숙고를 담고 있다. 그가 화면 위에 구성해낸 도시의 풍경은 낯설지만 동시에 일반적인 일상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적응해왔기에 작가는 더 이상 단순히 유럽의 시각으로 한국을 재해석하는 이방인이 아니다. 이제 작가는 우리와 같은 각도에서 일상을 꾸준히 새롭게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낯선-서울사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근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변화하는 도시의 흔적을 함께 발견하고, 그 변화하는 부분들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잉고 바움가르텐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그 안의 건축물을 그려낸다. 건축물은 개인이 살아가고 일하는 곳으로써,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다. 작가는 건물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이념이 투영된 사회적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가 그려낸 건축물들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욕망과 소망, 생활과 환상을 아우르는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집중하는 것들로는 너무 효율을 추구한 나머지 건축물의 미적 균형을 깨트리는 것들, 너무 실용성을 추구한 나머지 주변 환경으로부터 이질적으로 튀어나오는 것들, 외국의 미적 기준을 적용하려다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들 등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부조화를 캔버스 위에 재조정하여 그려낸다. 작가의 눈을 통해 선별된 도시의 이상한 부분들은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또한 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변화를 건축물의 외곽에 드러낸다. 그러나 작가 본인도 그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만큼, 사람들의 욕망을 관찰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욕망을 관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자신을 감시하는 (내면에) 내제된 눈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에서 잉고 바움가르텐의 회화를 통해 도시의 풍경을 재발견하고, 그 도시와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관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갤러리조선)
작품을 관찰할 때에 관객들은 자신이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가, 어디에 감상의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자신들만의 관점,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이는 개개인의 관점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이러한 현상은 나의 ‘시각 인류학(visual Anthropology)’ 이라는 개념적인 사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시각적 인류학이라는 개념은 "관찰에서 시작하여 일상, 문화, 사회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 전 회화에 대해 연구하던 시절부터 나는 나의 작품이 사회, 현실에 연결되어 있는 ‘관계적’인 것이기를 바래왔다. 그를 위해 일차적으로 사회와 현실을 관찰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은 사회와 현실을 반영하는 ‘재현적 매개체(representative model)’라고 생각해왔다. (…) 나는 나의 미적,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흥미에 따라 다양한 테마와 모티프를 가지고 작업해왔다. 근래에 나는 건축물과 건축물이 일상에서 드러나는 순간에 특별히 집중해왔다. 특별히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되었는가’ 하는 점과 ‘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다. (…) Passages를 한글로 번역하면 과정, 길, 또는 과도기로 정의 할 수 있다. 'Passages'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Passages’는 공간, 시간, 상황 등을 연결 또는 절제해주는 중간 역할을 의미하며, 변화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과정”라 하면 “중간” 또는 “그 사이”를 뜻하며, 때로는 정확히 문맥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애매모호하고 양면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과도기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시간적 공간적 통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과 미래를 회상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잉고 바움가르텐)